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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파워의 뒤안
입력2003-03-25 00:00:00
수정
2003.03.25 00:00:00
“그 친구들 너무 믿지 마세요”
2000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의약분업사태 당시 청와대에서 이 정책을 집행했다가 홍역을 치뤘던 한 고급공무원. 최근 시민단체가 급격히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촌평을 부탁하자 이같이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의약분업은 YS정부가 입안했지만 반대여론에 부닥쳐 잠자고 있던 것을 시민단체에 귀를 열어뒀던 DJ정부가 전격수용해 시행했던 정책이다. 그러나 의사, 약사, 국민 등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다.
그는 “참여정부는 시민단체에 귀를 열어두되 그들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그의 당부는 당분간 공허한 메아리가 될 것 같다. 참여정부 핵심각료들이 노무현대통령이 시민단체 출신을 중용하고 힘을 실어주자 만사를 제쳐두고 시민단체와 만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 고위관료의 북폭의사타진 발언이라는 촌극으로 끝났지만 개별언론과 접촉을 피해온 김진표 부총리가 기존 언론사를 제쳐두고 신생 온라인 언론사와 저녁식사를 했고,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후 첫 공식 대외활동도 경실련, 참여연대가 가장 우선 순위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파격이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면서 요즘 국장급 이상 고급 공무원들도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포럼이나 세미나에 자주 참석하고 있다. 과거와 매우 달라진 모습이다.
오직 `투명사회`라는 기치를 걸고 박봉에, 음지에서 활동해온 시민단체의 견해를 존중하는 정부의 행보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국가발전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데 시민단체의 중요성은 막대하다. 절대권력이 사라지고 합리적인 사회로 진입해 갈수록 그들의 역할이 커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선진국의 사례에서 읽는다. 그린피스는 환경문제에 관한한 국제조직이고, SK사태를 촉발시켜 대그룹 회장을 구속시킨게 우리 참여연대다.
그러나 명분만 앞세워 활동한 후 남아있는 후유증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는 것 또한 그동안 시민단체가 노출시켜온 한계라는 각성도 정부나 시민단체가 가져야 한다. `참여`시키되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의 의견도 경청해야 할 사항인데도 다수의 여론에 따라서 정책을 정한다면, 일시적으로 기분은 좋겠지만 잘못된 결정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의약분업 사태에서 낸 수업료를 이중으로 낼 정도로 우리 사회는 여유롭지 못하다.
<정승량기자(경제부) s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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