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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스승
입력2003-04-27 00:00:00
수정
2003.04.27 00:00:00
얼마 전에 틱낫한 스님이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화(anger)` `힘(power)` 등의 저서를 통해 알려진 스님의 가르침은 `깨어있는 마음(mindfulness)`으로 집약된다. 깨어있는 마음이란 매순간 현재(now), 여기(here)에 머무르는 마음을 의미한다. 그는 깨어있는 마음속에 영원한 행복이 있다고 했다.
이러한 마음 자세를 가르친 스승은 틱낫한 스님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작고한 인도 태생의 `지두 크리슈나무르티(1895~1986)` `오쇼 라즈니쉬(1931~1990)` 등도 유사한 진리를 설파했다. 특히 라즈니쉬의 수많은 강론집은 한때 우리나라 독서계를 풍미하기도 했다.
이분들의 가르침이 갖는 매력 포인트는 단순 명료함에 있다. 진리를 가리고 있는 우리의 무상한 마음을 버리면 곧장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하니 이 얼마나 간단한가. 속세에 물든 보통사람도 출가 승려나 마찬가지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가르침이 여기에 매력을 더한다.
이분들과 같은 깨달음을 얻었지만 보다 급진적인 수행자로 `라마나 마하리쉬(1879~1950)`가 있다. 그는 속세에서의 수행의 효용성, 깨어있는 마음 등에 대해서 틱낫한 스님과 같은 생각을 피력했다. 그러나 그는 깨어있는 마음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진정한 나(眞我)`를 찾으라고 했다. 그리고 진정한 나는 내 육체, 내 감각, 내 행위, 내 생각이 내가 아니라고 부정할 때 마지막으로 남게 되는 각성(awareness)이라고 했다.
오늘날의 사회는 물신숭배가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인간적 판단과 행위의 바탕에 부와 명예의 쟁취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부와 명예는 소수에게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쟁에서 밀린 대다수의 사람들은 심적 갈등과 고통을 맛본다. 성공한 사람들조차 더 높은 부와 명예를 향해 몸부림친다.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는 불행 속을 헤맨다.
그러나 진정한 나를 찾고 깨어있는 마음이 되는 것은 말만큼 쉽지 않다. 사실은 거의 불가능할지 모른다. 우리를 둘러싼 무지의 벽이 워낙 두텁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우리는 한 가닥의 희망을 찾는다. 우리에게 깨달음의 희망을 선사한 영원한 마음의 스승들께 진정 머리를 숙인다.
<최병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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