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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戰 카운트다운/비상 경제정책 운용방안] 금융시장 안정 시켜 전쟁악재 확산 차단
입력2003-03-18 00:00:00
수정
2003.03.18 00:00:00
권홍우 기자
우리 경제가 가장 어둡다는 `동트기 전의 새벽`을 지나고 있다. 미국과 이라크 전쟁임박과 금융시장 불안심리가 혼재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쟁 자체는 악재보다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는 1년 여를 끌어온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경우 우리 경제도 회생의 전기를 맞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정부 국내시장 안정에 주력=그러나 전쟁이 예상 외로 중장기전으로 전개될 경우 우리 경제도 경험하지 못했던 시련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단기전으로 끝나더라도 후유증을 남기고 새로운 갈등의 소지가 발생한다면 `전쟁=세계경제 침체 탈출 계기`라는 등식도 성립되지 않을 전망이다.
우려되는 또 하나의 시나리오는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도 세계경제의 회복속도가 느려지는 경우다. 미국의 석유재고가 과거 91년 걸프전에 비해 턱없이 적어 급등한 유가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90년대 초반의 고성장을 이끈 IT산업 같은 성장의 구심점이 없어 경기 침체가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쟁이 어떤 양상으로 치닫든지 현 시점에서 정부의 대응방안은 한 가지다. 국내금융시장 안정에 주력한다는 것. 유가불안과 수출부진 등 전쟁기간 중 나타날 악재와 금융시장 불안이 맞물리는 경우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카드 부실관련 대책 등이 예상보다 빨리 나온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물가불안ㆍ수출부진 우려=가장 큰 문제는 유가상승.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기업의 비용부담을 늘려 수출경쟁력을 악화시킨다. 유가는 지난달 이미 배럴당 30달러를 넘어 석유비상수급대책 2단계에 돌입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부의 올해 경제운용계획과 성장률 등은 유가의 배럴당 25달러를 가정하고 작성한 것이어서 더 오른다면 경제운용에 상당한 부담을 안을 전망이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성장률 하향조정도 불가피하다.
물가상승은 특히 소비심리와 내수를 위축시키고 기업들의 투자회복도 지연시켜 경제의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 기업들은 벌써부터 내핍경영에 들어갔다. 물가는 오르고 내수는 더욱 위축되는 상황 아래서는 물가 3%대, 성장률도 5%대라는 목표 달성이 힘들어진다. 아직은 희망이 있지만 경제운용계획을 전반적으로 손질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환율과 채권시장도 전쟁상황이 변수다. 전쟁이 발생해 환율과 채권금리가 급등하면 기업환경이 나빠지게 된다.
◇정부대책=정부는 전쟁으로 내수침체가 지속되면 한국은행의 일시차입금과 재정증권을 발행해 경기를 부양할 방침이다. 가용한도는 약 5조원.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권고한대로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금리 조정이라는 카드는 가능한 아낀다는 방침이다.
우리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수출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지만 수입을 줄여 국제수지를 유지하고 해외 미개발 시장진출에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유가상승가 급등해 물가상승이 우려될 경우 유류에 대한 특소세와 교통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할 방침이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아 경기둔화가 심화할 경우 전반적인 특소세 인하도 고려중이다.
지금부터 12년전인 91년 걸프전을 되돌아 보면 정부의 대책을 읽을 수 있다. 비축유 방출, 텔레비전 방영시간 조정과 엘리베이터 격층 운행, 유흥ㆍ접객업소 영업시간 단축 등이 당시 대책. 인플레이션을 억제를 위한 금융긴축과 중동에 사업근거를 갖고 있는 건설업체와 무역업체에 대한 자금지원도 뒤따랐다. 이번에도 그대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연 7%의 안정적 성장을 구가하던 91년의 상황과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이 상이하다는 점에 고민하고 있다.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이 주목된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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