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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파괴

문예 사조 중 퇴폐주의는 가장 창조적인 사조이다. 퇴폐주의는 기존의 모든 사고 방식을 부정하는 사조인데, 이를 가장 창조적인 것으로 말하는 것은 역설적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낡은 건물이 있고 새로운 수요가 있을 때 필요에 맞춰 이를 개조할 수도 있지만 때에 따라 이를 부수고 그 자리에 새로운 건물을 지어야 할 때도 있다. 퇴폐주의는 더 이상 그 건물을 보수할 수 없을 때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그 건물을 부숴 버리는 것과 같다. 즉 기존에 존재하던 모든 질서와 원리를 부정함으로써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한 기초를 형성하는 것이 퇴폐주의의 기본 원리다. 새로운 것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기존 원리를 부정하고 새롭게 모든 것을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파괴할 용기가 요구된다. 그런데 이와 같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기존 질서를 부정하는 주체는 언제나 그 사회의 신세대라는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유럽의 6ㆍ8세대, 미국의 반전세대 등은 당시에는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한 세대로 기성세대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세력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계를 해석하면서 변화를 이끌었다. 신세대는 본질적으로 기성 질서를 부정하고 새로운 질서를 갈망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성 질서가 이러한 새로운 사고를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것이다. 한 사회가 이러한 새로운 사고를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기존 질서를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그 사회는 더욱 더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와 같이 새로운 사고를 적극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활력 있는 조직과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모든 것에 의문을 갖고 부정하는 사고를 받아들이는 용기와 자신감이다. 기존 질서의 부정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한 것이며, 이런 부정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이 있는 사회가 신진대사가 원활히 일어나는 생동감 있는 사회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경쟁하는 기업이 혁신을 통해 더 높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행에 대해 의문을 갖고 새로운 방법을 찾는 창조적 파괴를 장려하는 길 뿐이다. <김용규(동원증권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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