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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 영웅전] 건드리지 않은 이유

제9보 (101∼126)


반면으로 10집 이상 차이가 난다. 덤이 6집 반이니 3집 반 이상을 흑이 이기고 있다. 던지기 잘하는 오타케 9단이라면 여기서 돌을 던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카오 신지는 끈질기기 짝이 없는 사람. 가는 데까지 가볼 자세였다. 한국기원 검토실에서는 서봉수 9단이 탄식조로 말하고 있었다. “수가 날 데가 없어. 빈 자리는 많은데 수다운 수가 날 데가 없어. 이런 바둑은 정말 지옥이지.” 우리말 속에 ‘수’라는 단어가 퍽 많이 쓰인다. ‘할 수 없다’, ‘별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등이 그것인데 그러고 보면 바둑용어인 ‘수’가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든 것을 알 수 있다. 흑3으로 밀어올리기 전에 백이 뭔가 술수를 강구할 도리는 없었을까. 현지 검토실에서는 참고도1의 백1이 심도있게 검토되었다고 한다. 만약 흑이 2로 받아 준다면 백3 이하 9로 대번에 역전이다. 하지만 흑은 2에 받아 주지 않는다. 8의 자리에 밀고 올라올 것이다. 백이 2의 자리를 뚫어 보아도 별다른 전과를 올릴 수가 없다. 그런 술수까지는 부리지 못할지언정 최소한 참고도2의 백1로 하나 밀어둘 필요는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다카오 신지가 그곳을 밀지 않은 데는 깊은 뜻이 있었다. 흑은 2로 꽉 잇고 나서 흑4 이하 8이라는 무시무시한 수단을 노리게 된다. 그것이 무서워서 다카오는 상변을 건드리지 않은 것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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