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ㆍ와인 등 주류가 올 추석 백화점의 초고가 선물 리스트 순위를 휩쓸었다. 지난 설 500만원대의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놀라게 했던 명품 한과세트나 송로버섯 등 초고가 식품 선물세트는 이번 명절 고물가와 경기불황으로 자취를 감췄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 추석 가장 비싼 선물세트는 롯데백화점의 ‘돔 페리뇽 화이트골드 제르보암’이 꼽혔다. 1995년산 빈티지 샴페인인 ‘돔 페리뇽 화이트골드 제로보암’은 3리터짜리 1병이 웬만한 소형차 한대 값인 1,200만원에 달한다. 프랑스 모엣샹동의 세계 최고 샴페인에 화이트골드로 장식된 병은 소장 가치를 높인다. 롯데백화점은 또 7병 세트에 676만원(1962년 170만원, 1970년 126만원, 1971년 108만원 등 7병)인 ‘까뮤 빈티지 꼬냑 세트’ 를 준비했다. 국내 최초로 출시하는 빈티지 코냑으로 숙성 연수가 각기 다른 코냑을 블렌딩하지 않고 카뮤사 단독의 포도와 빈티지 그대로 숙성한 제품이다. 희귀 샴페인으로 분류되는 ‘크루그 끌로드메닐 1998년’(750ml)이 180만원에 선보였으며 전통적으로 고가 선물인 ‘루이 13세’(700ml), ‘까뮤 트래디션’(700ml) 등도 300만원의 가격으로 명절 초고가 선물 자리를 지켰다. 신세계백화점이 내놓은 초고가 선물세트 역시 샴페인이다. ‘돔 페리뇽 메튜살렘’ 6리터 한병의 가격은 720만원. 신세계는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100점을 준 ‘할란 이스테이트 2002년’을 160만원, 1997년을 250만원에 판매하며 지난 설 인기를 끌었던 ‘샤또 무통 로칠드 1982년’도 350만원에 선보인다. 현대백화점은 480만원짜리 ‘오르넬라이야’ 2001∼2004년산 12병짜리 와인선물세트를 4세트만 한정 판매한다. 추석 초고가 선물세트로 샴페인ㆍ와인 등이 상위에 오른 것은 최근 몇년 사이 국내에 불어닥친 와인 열풍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와인이나 샴페인은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어 판매가 어렵지 않은데다 소장 가치까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초고가 주류 선물세트가 수백만원대 식품류보다는 서민들에게 위화감이 덜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올 추석은 고물가로 경기가 어려운 만큼 초고가 식품류는 취급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식품류 가운데 그나마 100만원 이상의 가격을 유지한 선물세트는 굴비다. 백화점들은 보관 중이던 오사리 굴비(한식과 곡우 사이에 잡은 조기로 기름기가 많고 알이 꽉 차 맛이 좋은 상품)를 설과 비슷한 200만원대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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