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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호 월드건설 사장
입력2003-07-29 00:00:00
수정
2003.07.29 00:00:00
이혜진 기자
“98년 `월드메르디앙`이라는 브랜드를 도입할 당시 회사 내에서도 반대가 많았습니다. 아파트 브랜드라는 게 생소했기 때문이었죠. 이젠 월드건설은 몰라도 `월드메르디앙`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는 알 정도로 소비자들 사이에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월드가 아파트 브랜드를 상품화하는 데는 선도적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월드건설 조대호사장의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지금이야 아파트의 브랜드화가 일반화됐으나 90년대 후반만해도 어느 건설사가 이 아파트를 지었다는 식으로 이름 붙이는 정도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아파트 브랜드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때 월드건설은 `고품격 유럽풍`의 아파트라는 브랜드 컨셉을 잡고 인테리어에 신경을 쓴 아파트를 공급했던 것. `래미안``e편한세상`과 같은 브랜드는 `월드메르디앙`이 나온 지 한참 후에 나온 브랜드들이다.
“동수원 월드메르디앙을 공급할 당시 평면회의만 100회를 넘게 했을 정도로 평면과 인테리어에 신경을 썼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의 반응이 노력의 결과를 말해줬습니다”
사실 아파트라는 상품에 가할 수 있는 변형이란 그렇게 많지 않다. 매번 아파트를 공급할 때마다 지역과 시장흐름, 수요자의 니즈에 맞게 그때그때 차별화 된 평면, 인테리어, 조경 등을 고민해야 한다.
조 사장은 “대기업은 자본력, 아파트 공급물량 등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에 브랜드화가 유리합니다. 반면 중견건설사는 사업장 하나하나 브랜드의 색깔을 입혀나가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사실 아파트는 차별화 하기 힘든 상품. 어느 업체가 새로운 평면을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으면 바로 다른 회사가 모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 사장은 매 프로젝트마다 한발짝씩 남들보다 먼저 나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는 “월드메르디앙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면 바로 이런 점이 소비자들로부터 점수를 받은 것”이라며 “중견건설사는 차별화에 대한 고민의 수준이 다르며, 남들보다 한발 앞서 시도하고 도입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절박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월드건설은 사실 규모면에서 큰 건설사는 아니다. 지난해 3,200억원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5,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는 정도. 그러나 사업다각화에 대한 노력은 남다르다. 주택건설사업은 워낙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사업다각화를 통해 안정을 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부동산환경이 너무 급속도로 변해 5년 후를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사내에서 신설사업 팀에서 여러 가지 사업을 타진 중이며 최근 사이판 호텔 인수 역시 다각화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월드는 경남기업 매각에도 적극적이었다. 토목비중 확대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국 조건이 여의치 못해 인수를 포기했으나 향후에도 비슷한 기회가 온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향후 비전에 대해서는 “주택사업 외 비중을 강화할 방침이지만 그렇다고 주택사업을 지금보다 덜 주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주택시장에는 색깔 있는 상품, 특화 된 주택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월드도 그런 흐름에 뒤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사실 기업이 50년 이상 영속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 20년 된 월드가 그 이상을 영속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가장 힘쓰고 있는 부분은 인적 투자. “사람은 중요하지만 좋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기업에 있어서 좋은 사람이란 열정을 갖고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직원들의 교육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3년차 이상에 대해서 국내외 석박사 과정에 진학할 경우 학비전액 및 체류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긴장감을 늦추지 말라는 의미에서 건설 관련 법규 등에 대한 사내 시험을 치루기도 한다.
조사장은 학부시절 역사학을 전공했다. 소위 386세대. 남들 하는 만큼 데모도 했다는 그의 이 같은 `사회적`배경은 CEO가 되서도 유효한 듯하다. 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크다. 한탕주의, 천민자본주의적 속성을 갖고 기업을 하면 오래가지 못한다”고 못박는다. 월드가 장학재단 사업 등에 대해 적극적인 것도 이 같은 이유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386세대의 젊은 사장인 조대호 사장은 98년 월드건설 해외사업본부에서 근무하다 선친의 사업을 물려받아 2001년 사장자리에 오른 2세 경영인. 젊은 경영인인 만큼 월드건설의 경영에 있어서도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왔다. 우선 사내에서 토론문화를 정착시키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임원뿐 아니라 사원들까지도 직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분기별로 각부서의 임원들을 배제하고 사원들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자유스런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다.
또한 그는 그 동안 주먹구구식으로 밀어붙이는 게 건설업의 일반적인 분위기 였지만 수익성 분석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직원들로 하여금 선진화된 가치분석을 통해 수익성 있는 사업만을 진행토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최근 사내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DRT운동. 두배로 뛰면서 생각하자는 뜻의 DRT(Double Running Thinking)은 나와 회사 그리고 고객의 행복을 위해 두 배로 노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 하에 전개되고 있는 사내 캠페인으로 내년에 1조 매출 달성을 그 목표로 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실행방안중의 하나가 새로운 평면개발, 건물 외관 엑스테리어 강조 등이다. 월드는 그 동안 인테리어에 중점을 두고 아파트를 공급해 왔으나 이제는 단지 외관 차별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 사장은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관심을 갖고있다. 30억원 규모의 장학재단을 설립 매년 환경이 어려운 청소년에게 학비지원 등을 해주고 있으며 향후에도 이 같은 교육복지사업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약력
▲1968년 서울 출생
▲1987년 강서 고등학교 졸
▲1994년 서울대 국사학과 졸
▲1998년 월드건설 해외사업본부 입사
▲1998년 인디아나주립대 졸
▲2000년 USC(남가주대) MBA 졸
▲2001년 월드건설 사장 취임
<이혜진기자 has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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