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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평가와 경쟁력/유관희 고려대 경영대 교수(특별기고)

◎확고한 경영목표·객관적 기준 우선돼야미국의 한 유가공제품 제조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제품의 주원료인 우유의 값이 계속 상승하자 경영자들을 평가하는데 어떤 성과지표를 쓸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즉, 생산되는 여러 제품들의 총원가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내지 90%까지 되는 상황에서 각 제품을 책임지고 있는 경영자들을 그들이 얼마나 이익을 냈느냐로 평가한다는 것은 원재료 가격에 대한 재량권을 갖고 있지 못한 이들에게 불공평하다는 주장이 대두된 것이다. ○원자재 구입비용 절감 그 보다는 오히려 원재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했는가를 측정하여 성과평가의 지표로 삼는 것이 원재료 가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훨씬 합리적인 것이라는 제안을 생산책임자들이 내놓게 되었다. 이런 제안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공장장들을 원재료비의 절감을 통한 이익 창출능력으로 평가하겠다고 공표했다. 이에 대해 각 공장장들은 불만을 표시했으나 위에서 워낙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바람에 물러서고 말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불만은 있었으나 성과지표에 빨리 적웅하는 이들의 태도였다. 이들이 연구해 낸 것은 원료를 조달함에 있어 장기계약을 활용하면 원재료를 장기간 고정가격에 사들여 올 수가 있고 더 나아가 제품원가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원가비중도 낮출 수 있다는 점이었다. 결국 최고경영자의 성과평가 방식이 이들 부문책임자의 행동양식을 바꿔놓은 것이다. 이와 같은 성과평가방식의 적절한 활용으로 전 조직원의 노력을 조직의 경영목표와 일치하도록 바꾸는데 성공한 또 다른 예로 페더럴 익스프레스사를 빼놓을 수 없다. 잘 아는 대로 이 회사는 택배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다. 이 회사의 경영목표는 PSP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우수한 인적자원(Person), 고객에 대한 서비스(Service), 이익(Profit)을 나타내는 머리 글자들이다. 이 세가지의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 회사의 스미스 회장은 성과평가제도를 철저히 이 목표들에 연계시켜 놓고 있다. ○상사평가제 실시도 예를 들면 서비스에 대해서는 전사적으로 서비스 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열두가지로 분류해 놓고 이를 벌점화 했다. 즉, 소포가 다음날 상오 열시 반까지 배달이 안되면 벌점 1점, 4일째 까지도 배달이 안되면 5점, 소포가 분실되거나 파손되면 10점을 주는 식으로 가중치를 매기고 있다. 이 점수는 다음날 상오 10시면 그 전날의 실적에 따라 담당자별로 또 전사적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제도를 처음 도입했던 지난 87년에는 하루 평균 90만건의 소포처리에 전사적으로 벌점 15만점을 기록했는데 현재는 하루 평균 2백만건의 소포처리에 벌점은 약 10만점을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 5년 후에는 이 벌점을 1만점으로 줄인다는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인적자원에 대한 평가는 10가지 질문을 통해 직속 하급자가 상급자를 평가하는 소위 지도력 지표(Leadership Index)를 사용하고 있다. 회장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회사내의 조장 이상은 모두 직속 종업원에게서 평가를 받는 것이다. 이 지표의 궁극적인 목적은 회장이 갖고 있는 사원 제일의 철학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 점수도 도입 당시에는 평균 70점에 그치던 것이 이제는 80점을 넘어서고 있고 인적자원의 질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 ○선진국 사례 본받아야 이런 방식으로 경영진 5백명의 보너스를 3분의 1은 서비스 점수에, 3분의 1은 지도력지표 점수에, 또 3분의 1은 이익에 직결시켜 놓고 있다. 이러한 스미스 회장의 노력은 전 종업원들로 하여금 회장의 경영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하게 만들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 업체로서는 처음으로 대통령이 수여하는 「경영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게 했다. 코카콜라나 일라이 릴리(제약회사)같은 회사에는 주주의 부를 증대시키는데 각 경영자들이 얼마나 공헌을 했느냐를 기준으로 이들을 평가하기 때문에 모두들 각자가 책임지고 있는 사업부에서 경제적 부가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상의 대표적인 몇 가지 예를 놓고 볼 때 조직 내에서 인간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그 조직이 갖고 있는 평가시스템이다. 확고한 경영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인간을 움직이게 만드는 일관성 있는 성과평가제도가 있을 때 조직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주어진 인적자원을 가지고 최대한의 경쟁력을 가장 빠르게 발휘할 수 있는 길은 올바른 성과평가제도의 정착임을 선진기업의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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