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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GRADE 한국의 노사문화] 2-5.대화로 共生의 길 찾는다 ① 일본

“회사의 경쟁력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급여 인상은 그 다음 문제다.” 일본의 중견 전기업체인 요코가와전기(橫河電機)의 야츠하시 히로마사(八橋弘昌) 노조위원장은 “노조활동의 기본을 노조원의 경제ㆍ시간ㆍ정신적 여유를 실현하는데 두고 있지만,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노조가 먼저 회사측에 임금동결을 제안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회사가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자, 조합원들 사이에 위기감이 높아졌다”며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90년대 들어 일본경제가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대부분의 일본 기업들은 요코가와전기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노동계의 관심은 `임금`보다는 `고용유지`에 쏠려있다. 2001년 10월18일. 일본 최대 노동단체인 렌고(連合ㆍ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와 닛케이렌(經團連ㆍ일본경영자단체연맹)은 `고용에 관한 사회합의 추진 선언`을 발표했다. 최근의 경제상황을 감안해 경영자측은 고용을 유지ㆍ창출하고 실업을 억제하며, 노동계는 생산성 향상과 코스트 절감 등 경영기반을 강화하는데 협력하기 위해 임금협상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고용유지를 위해 임금인상을 포기한다는 선언과 다름 아니다. 5개월 뒤인 2002년 3월29일. 이들은 `워크쉐어링에 관한 정ㆍ노ㆍ사 합의`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고용에 관한 사회합의를 추진한다`는 선언에 대한 후속조치로 노사 양측이 모두 워크쉐어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합의문은 후생노동성 대신(장관)과 렌고ㆍ닛케이렌 회장 공동명의로 발표됐다. 이 같은 일본의 경제ㆍ사회적인 분위기를 반영해 기업들의 노동쟁의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노동쟁의는 지난 97년 782건에 참가인원이 48만8,000명에서 98년에 526건ㆍ33만4,000명, 99년에 419건ㆍ25만8,000명, 2000년 305건ㆍ24만1,000건으로 줄어들었으며, 지난해에는 246건ㆍ22만3,000건으로 확연하게 감소했다. 그러나 일본기업들의 노사쟁의 감소와 임금동결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은 기업 경영실적 악화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 일본 최고의 기업으로 불리는 도요타자동차가 임금동결 대열에 동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도요타는 지난 2001년에 우리 돈으로 1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흑자를 내고도 임금을 동결했다. 또 지난해 9월말 현재 7,900억엔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오는 3월 회기에 사상 최대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지만 올해도 임금인상은 없다. 도요타처럼 잘 나가는 기업이 왜, 어떻게 임금을 동결했을까. 카와이 가즈유키(河合和之) 도요타자동차 인사부장은 “임금인상은 기업에서 이익이 났다고 올려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기업의 국제경쟁력과 일본의 경제ㆍ물가ㆍGDP변동 등 감안해야 할 것이 많다”고 임금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카와이 부장은 “당해 연도의 흑자는 보너스(특별상여금)로 지급(지난해 1인당 평균 220만엔)하고 있지만, 임금인상으로 연결시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몇 달간 회사측의 이 같은 방침을 노조측에 설득, 큰 반발없이 임금동결에 대해 동의를 얻어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요타의 성과급은 흑자액의 7%가 채 안된다. 그러나 도요타에 비해 국제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현대차와 쌍용차 등 국내 기업들은 노조의 요구에 밀려 순익의 30%에 해당하는 무리한 성과급을 줄 수 밖에 없었다. 쌍용차는 노조측 요구에 따라 지난 2001년에 경영 계획서를 채권단에 제출하면서 순이익(지난해 2,400억원 안팎 전망)의 30%를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쌍용차 임직원들은 지난 연말에 일괄적으로 1,000만원 가량을 성과급으로 받았다. 현대차는 노조의 `순익(1조1,654억원) 30%`지급 요구에 대해 회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외환위기 지급하지 하지 않았던 상여금 150%와 연중 성과급 200% 등 통상급의 350%를 지급했다. 총 지급 규모가 4,000억~5,000억에 이른다. 일본은 기업경쟁력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노사공감대를 어떻게 만들었는가. 일본은 지난 1940~60년대 뼈아픈 노사대립의 시절을 보낸 경험이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노동운동인 `춘투(春鬪)`도 1955년에 생겨났다. 그러나 일본 기업과 노조는 이 같은 극한 대립이 모두에게 손실을 입힌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했다. 이후 일본의 노사는 `대화로 시작해서 대화로 끝난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로 참을성 있는 대화를 한다. 카와이 도요타 부장은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될 때 까지 대화를 한다”며 “대화를 위해 지난 1년간 200여일을 노조원들과 식사를 함께 했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1950년 2,000여명의 대규모 인원감축에 따른 노사분쟁 이후 50여년간 무쟁의를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금도 종신고용제를 유지하면서 `해고없는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요코가와전기도 한달에 한번씩 노사 양측이 모두 참여하는 `경영협의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측에서는 사장을 포함 10여명, 노조측에서는 위원장 등 17명이 협의회 멤버다.이 자리에서는 회사경영상황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각종 제안, 노조의 활동 보고에 이르기 까지 노사 양측이 `마음의 문`을 여는 시간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966년에 임금협상이 결렬되면서 반나절씩 2번에 걸쳐 파업을 한 것을 마지막으로 한번도 쟁의가 없었다. 정부는 기업ㆍ노조와 함께 3자간 대화를 하는 `산업노동간담회`를 열어 노ㆍ사ㆍ정간 대화에 나서고 있다. 물론 특별한 사안이 발생해서 여는 회의가 아니다. 따라서 주제는 대부분 `당면한 제반문제에 대해`라는 의제로 진행된다. 매년 2~4번 일정한 주제를 갖고 정부와 기업, 노조관계자가 함께 대화하고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자리에는 정부에서 후생노동성 장관과 상급단체 노조간부, 유수 기업의 경영자, 학계에서 참여한다. 노조와 사용자, 정부가 대화를 통해 `공생의 길`을 찾은 일본의 사례는 우리 노조와 기업ㆍ정부 관계자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도요타 왜 강한가]경상이익 1조엔 `가이젠`의 힘 `경상이익 1조엔` 일본 기업이면서도 일본 경제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도요타의 지난 회기 경영 성적표다. 우리 돈으로는 1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규모다. 이 같은 실적은 일본 기업으로서도 처음이다. 그러나 도요타는 올 회기에 이익규모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3~9월 6개월간 7,900억엔의 이익을 냈으며, 올 3월 회기말까지 1조5,000억엔의 이익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의 이 같은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일본 나고야시에 인접한 도요타시에 있는 모토마치(本町) 공장에 들어서면 `좋은 생각이 좋은 제품을 만든다(よい 品 よい 考)`는 글귀가 보인다. 도요타의 창업정신으로 도요타 어느 공장을 가도 볼 수 있다. 도요타에서는 이를 `가이젠(改善)`이라고 부른다.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다. 지난 2001년 도요타에서 가이젠을 위한 제안은 66만건에 달했다. 한사람당 연간 12건의 제안을 한 것. 이중 99%가 채용돼 현장에 반영됐다. 제안한 내용에 따라 포상금이 500엔에서 20만엔까지 다양하게 지급됐다. 그러나 도요타 임직원들에게 가이젠은 `포상의 대상`이 아니라 `생활`이다. 일본에서는 도요타의 가이젠을 배우기 위한 `열풍`이 불고 있다. 도요타 배우기 대열에는 기업 뿐만 아니라 방위청ㆍ우정성 등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도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기업들이 가이젠을 도입해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도요타의 가이젠을 생산성 향상 운동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 모토마치(本町) 공장 PR담당자는 “가이젠으로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가이젠은 생산성 향상 보다 종업원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종업원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가이젠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이다. 도요타를 배우려는 기업들이 가이젠을 도입하면, 종업원들에게 큰 부담이 돼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많다. 한달에 한건이상 쓸만한 제안을 내 놓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도요타에서는 신입사원들을 가이젠에 적응할 수 있는 `도요타맨`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한다. 게이코 사토 도요타 자동차 홍보담당은 “신입사원들의 경우 가이젠이 생활화가 안돼있기 때문에 별도의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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