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56은 한가한 수 같지만 힘을 비축하는 좋은 수였다. 아마추어의 제일감은 참고도1의 백1,3으로 움직이는 수지만 지금은 그게 잘 안된다. 흑4 이하 12의 돌려치기에 의해 흑이 깨끗하게 연결되는 것이다. 흑57이 놓이자 거의 안정된 모습이다. 검토실에 있던 기자들 사이에서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러다간 3대0으로 싱겁게 끝날지도 모르겠네.” “흥행이 말이 아니야.” “천야오예가 어떻게 결승까지 올라왔을까. 아주 허약한 아이 같은데….” 추리닝 차림의 이 소년은 1989년 12월생. 이창호의 대마를 잡는 쾌거를 보여주며 8연승으로 치고올라왔는데 결승에서는 너무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60은 인내의 한 수. 좌변 흑대마의 약점을 노리면서 동시에 좌하귀 방면에도 희미하나마 위협을 주고 있다. 흑61의 보강은 당연. 이 수로 참고도2의 흑1에 막는 것은 자멸의 길이다. 백2 이하 8로 간단하게 걸려든다. 여기서 천야오예는 20분 이상 고심했다. 이미 실리의 균형은 깨진 상태. 시비를 걸어볼 데도 마땅치가 않다. 해설실의 최명훈과 김성룡도 똑같이 고심을 했다. 너무도 일방적인 바둑이어서 해설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고심하던 천야오예가 64 이하 80으로 맹공을 퍼부었는데….(7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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