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아침, 직장인 조아라(27) 씨는 잘 꾸며진 애완동물 카페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조 씨는 카카오톡을 열어 자신과 마찬가지로 애완동물에 관심이 많은 친구에게 볼 만한 프로그램이 지금 방영되는 중이라고 알려준 후 웹서핑을 통해 카페 이름을 찾아냈다. 그리고는 계속 TV를 보면서 친구와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조 씨처럼 TV를 보면서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정보를 검색하는 '모바일족(族)'에게 TV는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한 여러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다. 실제로 최근 모바일 광고 플랫폼업체인 인모비가 국내 1,38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하루 평균 1.98시간을 스마트폰ㆍ태블릿PC로 각종 콘텐츠를 이용했다. TVㆍ라디오ㆍ신문ㆍ컴퓨터ㆍ모바일기기 등을 포함한 전체 미디어 이용시간(하루 5.7시간) 중 34.7%에 달하는 비중이다. 특히 TV 시청자의 50%는 TV를 보는 동시에 스마트폰ㆍ태블릿PC로 메신저나 인터넷 브라우저를 이용하는 등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는 물론 스마트폰ㆍ태블릿PC가 대중화되면서 시작됐다. 이와 함께 등장한 새로운 영상 서비스들은 모바일족의 입맛에 맞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일례로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인 CJ헬로비전의 '티빙'이나 아프리카TVㆍ에브리온TVㆍ손바닥TV 등은 모두 시청 중 다른 시청자들과의 소통이 가능한 실시간 채팅ㆍ댓글 기능을 제공한다. 티빙의 경우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1차 예선 때에는 편당 8,000건의 '티빙톡(실시간 대화)'이 몰리기도 했다.
유스트림은 화면 한쪽에 트위터ㆍ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연동해 소감을 남길 수 있는 '소셜스트림' 창을 띄워준다. 유스트림 관계자는 "소셜스트림을 통해 트위터ㆍ페이스북으로 메시지를 올리면 곧바로 해당 영상이 메시지 내에 삽입된다"고 설명했다. 유스트림 이용자가 아닌 SNS 지인들과도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것. 영상을 보기 위해 굳이 유스트림에 접속할 필요도 없다.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콘텐츠를 이용하고 싶어하는 모바일족들을 위해 서비스의 경계를 사실상 지운 셈이다.
이는 방송의 성격마저 바꿔 나갈 전망이다. 불특정 다수를 위한 방송에서 개개인에 최적화된 방송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최근의 동영상 서비스 이용자들은 처음부터 특정한 프로그램을 봐야겠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진 '목적형 시청자'들"이라며 "이들을 위해 어떻게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시장이 초기 단계긴 하지만, 서비스 이용패턴이 쌓여나가다 보면 앞으로는 더욱 개인화된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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