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장관은 5일 "수입차는 연비가 좋은 디젤차가 많은 반면 우리나라는 대형차 중심이라서 국산차가 (탄소세제도로) 역차별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자동차 생산국 가운데 탄소세를 도입한 나라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환경부와 협의해서 전반적으로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란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차량에 부담금을 부과하고 배출이 적은 차량에는 보조금을 지급해 저탄소차 구매를 확산시키기 위해 도입되는 제도다.
정부는 아직 보조금·중립·부담금 등 3구간의 적용·부과 기준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제도 추진안을 보면 보조금은 최대 300만원, 부담금은 최대 700만원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당 77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전기차 도요타 프리우스가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게 된다. 이 밖에 K5 하이브리드 등과 같은 차량과 경차 모델들이 보조금 대상에 포함된다. 반면 에쿠스와 제네시스를 포함해 그랜저·코란도C·올란도 등은 모두 부담금 구간에 속한다. 인기 수입차인 BMW 520d는 ㎞당 115g, 디젤엔진을 장착한 폭스바겐 골프는 101g을 배출해 중립 혹은 보조금 구간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 중대형차와 수입차들의 가격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에서 보면 탄소세 도입은 일부 수입차에 유리한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이 제도의 시행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국내에 당장 도입하기는 너무 성급한 환경정책이라는 것이다.
국산차 5사가 회원사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윤 장관의 이날 발언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협회 측은 "국산차 업계가 원하는 것은 저탄소차 협력금제를 도입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국내 업계가 해외 선진업체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무리"라고 밝혔다.
그러나 클린디젤차를 주무기로 국내시장을 공략하는 독일계 수입차 업체들과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운 일본계는 윤 장관의 입장에 대해 서운한 눈치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가 작고 기름 적게 드는 차를 많이 사게끔 하자는 것이지 수입차를 유리하게 해주자는 게 아니지 않느냐"면서 "요즘은 1억원이 넘는 차를 사는 사람도 연비를 꼼꼼히 따질 만큼 자동차와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었음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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