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원ㆍ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050원대로 올라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0전 내린 달러당 1,049원3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원60전 오른 1,052원으로 개장한 뒤 1,053원까지 오르며 올 들어 장중 고점인 지난 5월21일의 1,057원30전 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개입 물량이 나오면서 1,046원50전까지 급락한 뒤 1,047~1,049원에서 공방을 벌였다. 김성순 기업은행 차장은 “종가 관리 차원에서 당국이 대규모 매도 물량을 걸어놓고 상승을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약 8억달러 정도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3시 현재 엔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109.87엔, 원ㆍ엔 환율은 100엔당 954원95전을 기록했다. ◇원화 약세가 아니라 달러 강세다=관심은 앞으로 원ㆍ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여부다. 이와 관련, 최근 환율 상승세는 이전 상황과 다르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원화가 나 홀로 약세를 보이는 게 아니라 유로화나 엔화 등 주요국 통화 가치가 대부분 달러화에 비해 평가절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달러화는 한달 새 유로화에 대해 8%나 상승했고 엔ㆍ달러 환율도 3월 달러당 95엔선을 바닥으로 상승세로 돌아서며 110엔대로 올라섰다. 유럽ㆍ일본 등도 경기가 둔화되면서 미 달러화가 급격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밖에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세 지속이나 추가 환율 상승을 기대한 수출업체들의 달러화 매도 보류 등도 환율 상승 요인이다. 기본적으로 달러화 강세가 진행되는 가운데 일부 내부 요인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홍승모 신한은행 과장은 “국내 기업, 역외세력, 주식시장 등 부문별로 모두 달러 매수세가 우세하고 여기에 투신권의 매수세까지 가세하고 있다”며 “수급만으로 보면 1,080원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미세조정에 주력할 듯=관건은 외환당국의 개입 강도다. 이와 관련, 김동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수급에 따라 결정되지만 급작스러운 변동이 있는지를 (정부가) 늘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7일 이후 200억달러가량의 외환보유액을 쏟아 부으며 강도 높은 시장개입을 단행했던 때와는 발언 강도가 약하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과도한 환율 급변동이나 쏠림 현상에는 적극 대응하겠지만 원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 약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용인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실제 외환당국은 지난달 이후 과도한 개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자 종가 관리에 중점을 둔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치중해왔다. 지난달 환율 급등은 ‘시장 쏠림’에 의한 비정상적인 측면이 강했지만 최근 움직임은 달러화 강세에 따른 정상적인 흐름일 수 있다는 점이 이 같은 태도변화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또 국제 유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물가 상승압력이 줄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화 강세 요인이 생겼다는 점도 외환당국에 어느 정도 여유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물가 상승압력이 낮아졌다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는 그만큼 외환시장 개입의 필요성이 줄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환율 상승을 앉아서 지켜보지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가 여전히 100달러를 넘고 8~9월 물가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미세조정에 주력하겠지만 1,050선 이상에서는 개입을 단행할 것이라는 뜻이다. 김 차장은 “글로벌 시장 여건이 바뀌지 않는 한 외환보유액으로 환율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시기의 문제일 뿐 1,050원대 진입은 불가피한 상황이고 외환당국도 상승 속도를 조절하는 데 주력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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