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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때문에 살맛나요"

한국야구대표팀 4강행… 시민들 표정<br>"골프파문·성추행 등 짜증 한방에 날렸다" 흥분

‘속, 시원합니다’. 16일 오후 한국 야구 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ㆍ일전에서 숙적 일본을 꺽고 4강 진출을 확정 짖자 서울역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던 승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총리 골프파문에다 국회의원 성추행 등으로 짜증나는 일만 생기더니 야구가 한방에 날려버리네요” 한국 야구 대표팀이 16일 일본을 다시 한번 꺽으며 전승으로 4강에 오르자 시민들은 “속이 시원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직장인들은 이날 낮 12시부터 중계된 방송을 보기 위해 일찌감치 점심을 먹고 사내 휴게실에 마련된 텔레비젼 앞에 모이거나 아예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식당으로 향하기도 했다. 또 텔레비전을 볼 수 없는 회사원들은 인터넷을 통해 야구 중계를 관람하거나 문자 속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매 이닝 점수를 확인했다. 인터넷 포털중에서 독점으로 WBC중계서비스를 제공한 야후는 한국팀의 매 경기마다 사상 최고의 동시접속자수 기록을 깼다고 밝혔다. 야후에 따르면 지난 17일 멕시코전에서는 17만명이 동시접속했으나 14일 미국전에서는 20만 16일 일본전에서는 23~24만명이 동시접속했다고 밝혔다. 연이은 승전보에 시민들은 “요즘 야구 때문에 살맛이 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쌍용건설 직원 류탁수(36)씨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만 대회를 진행하는 미국이 얄미워서 일본에 일부러 져줘서 미국을 떨어 뜨리는 것도 좋았겠지만 이기니 역시 기쁘다”며 “일본, 미국 등 이른바 선진 야구를 연속해서 이긴 것은 그만큼 한국 야구가 성장했다는 것”이라며 자랑스러했다. 여성 야구 팬들도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강리아(27)씨는 “미국전부터 경기를 보게 됐는데 야구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며 “한국 선수들이 너무 믿음직스럽다. 우승까지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승리는 취업 가뭄에 허덕이고 있는 대한민국의 백수들에게도 속 시원한 쾌감을 선사했다. 중곡동의 한 고시원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신모(31)씨는 “고시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종범 선수의 화끈한 3루타에 모두 얼싸안았다”며 “다들 취업 고민 때문에 지쳐있었는데 오늘 만큼은 ‘나도 할 수 있다’는 힘이 생겼다”고 즐거워 했다. 신씨 일행은 저녁 때 4강 진출을 축하하는 의미로 고시원 옆 호프집에서 조촐한 맥주파티까지 연다고 귀띔했다. 한국야구의 승전보가 울려 퍼지면서 국방부 홈페이지(www.mnd.go.kr) 자유게시판에는 대표팀 선수들에게 병역 특례를 선물로 줘야 한다는 글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곳 분위기만 보면 대표팀의 병역특례 부여는 시쳇말로 ‘떼어 놓은 당상’이다. 윤치웅씨는 “국민들 짜증만 나게 하는 대통령보다 (야구 대표팀이)훨씬 낫다”며 “그들에겐 마땅한 대우를 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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