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제품은 없습니다. 이제 해충 방제사업으로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입니다." 지난 90년대말 '반디 야광펜'으로 대박을 터뜨렸던 발명가 출신의 최고경영자(CEO) 김동환(53ㆍ사진) 길라씨엔아이 대표가 이번엔 파리잡는 기구라는 독특한 아이템으로 재기에 성공하며 UN 입성의 꿈을 일궈냈다. 김 대표는 6일 기자와 만나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파리를 잡을 수 있는 '파죽기'를 개발해 본격적인 보급에 나섰다며 최근 유엔조달본부에 대한 납품 계약을 앞두고 있어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빠른 수출시장 확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유엔과의 납품계약이 이르면 이달 안에 성사될 것으로 본다"며 "유엔 전염병 예방사업기금을 활용해 아프리카 시장 등을 공략하면 연간 수출 1,000만달러는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죽기는 회사가 자체 개발한 약제를 이용해 파리를 빈 통 속으로 유인해서 잡는 기구로, 환경을 파괴하는 살충제를 쓰지 않고도 전염병을 옮기는 해충을 잡을 수 있는 친환경 아이디어 제품이다. 이미 양돈ㆍ양계 축사나 식품회사 등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난달에만 2만개 이상이 팔려나가는 등 인기몰이에 시동이 걸렸다. 김 대표는 "지난해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지원받은 사업전환자금 7,000만원을 기반으로 개발했는데, 효과를 확인한 지자체와 농가 등에서는 대용량으로 특별주문도 들어오고 있다"며 "해충방제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시장인 만큼 원천기술을 지닌 우리 회사가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야광펜으로 유명세를 탄 김 대표가 '파죽기'로 다시 한 번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기까지는 적잖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외환위기의 여파가 한창이던 98년 무렵 야광펜으로 한창 '잘 나가던' 김 대표가 벌어들인 매출액은 연간 120억원 규모. 볼펜 끝에서 빛이 나오는 '야광펜'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인기몰이를 하면서 김 대표는 기업경영 20여년 만에 최대 호황을 맞이했다. 2000년대 들어 개발한 '라이트 스틱'(light stick) 역시 콘서트장을 휩쓸면서 김 대표의 '발명가'로서의 명성을 한층 드높였다. 하지만 2001년 야심차게 내놓은 '도로표지병'이 그를 나락으로 밀어넣었다. 도로표지병은 야간이나 비가 올 때 차선을 표시하기 위해 도로에 못처럼 박아 표지. 김 대표의 신제품은 당시 각종 정부 인증을 획득하며 제품력은 인정받았지만 공공기관들의 외면으로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며 김 대표를 고생길로 몰아넣었다. 김 대표는 "잘못된 투자로 당시 현금으로만 30억원, 기회비용까지 하면 100억원의 손실을 봤다"며 "한때 100억대를 웃돌던 매출이 2007년에 13억원까지 떨어져 사업전환자금을 신청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에 굴하지 않고 해충방제에서 재기의 길을 찾는 데 성공했다. 길라씨엔아이가 지난해 개발한 '파죽기'는 심한 곳에서는 5~6일만에 2리터 통 가득히, 약 4만 마리의 파리를 잡아내는 효력을 발휘하며 빠르게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매출도 현재 20억원 정도로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회복세로 돌아섰다. '파죽기'로 '제2의 전성기'를 기대하는 김 대표는 "날아다니는 해충을 잡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파죽기에서 그치지 않고 연내에 모기 잡는 '모죽기', 나아가 해충 잡는 '해죽기' 등 관련제품을 계속 개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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