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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은행장의 반기인가… 말 못할 속내 있나

● 또 회오리 맞는 KB

감사실, 교체비용 엉터리 추산 적발… 이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국민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회장-행장 전면갈등으로 부각

금감원 6월 대대적 경영진단


KB금융지주에 말 못할 속내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감사실과 손을 잡고 KB의 지배구조에 반기를 든 것인가.

지난해부터 각종 사고로 홍역을 치른 KB금융그룹에서 이번에는 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심각한 내부 갈등이 벌어져 내막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은행 감사실은 KB지주가 은행 전산시스템 교체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정황까지 확보해 당국에 보고했으며 금융감독원은 이를 바탕으로 국민은행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에 착수했다. 임영록 KB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과의 갈등으로만 부각되던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는 금감원이 본격 조사에 돌입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은행 측은 전산시스템을 전면 교체하는 내용의 이사회 결정에 대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

◇전산시스템 교체 비용 갈등 핵심으로=사태의 최초 발단은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 비용 추산 문제다. 그간 IBM의 메인프레임 전산시스템을 써왔던 국민은행과 국민카드는 비용 절감을 위해 KB지주 지휘 아래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을 준비해왔다. 시스템 교체가 검토된 시점은 지난 2012년. 이후 지난해 11월 은행 경영협의회, 올해 4월 은행·카드 이사회 결의를 거쳐 유닉스 시스템으로의 변경이 확정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 감사실은 심각한 문제점을 파악했다고 주장한다. 이사회에 올라간 전산시스템 교체 비용이 완전히 엉망으로 추산됐다는 것. 당초 KB지주가 추진하던 유닉스 시스템은 2,050억원 정도만 소요되는 것으로 보고됐지만 실제 리스크 요인 등을 가격에 더하니 1,000억원이 추가 발생했다. 감사실은 감사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도 파악했다. KB지주 관계자가 은행 IT조직 직원에게 새로운 시스템의 리스크 요인을 누락시키라고 지시한 메신저와 e메일 등이 확보된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민은행 측이 감사보고서를 비롯해 상당히 많은 자료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배수진 친 임영록과 이건호=은행 감사실은 이 같은 문제점을 5월 감사위원회에 상정했지만 감사위원회를 구성하는 3명의 사외이사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 사외이사는 오갑수·송명섭·강희복 등 3인이다. 사외이사들이 감사보고서를 묵살하자 감사실은 이를 이 행장에게 보고했고 이 행장이 이사회에 이 문제를 다시 상정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사회를 이끄는 은행 사외이사들은 임 회장의 우호 세력들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이번 문제가 임 회장과 이 행장 간의 전면 갈등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KB지주가 사외이사들을 움직여 국민은행의 감사를 방해한 것이라면 나중에 책임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KB지주 측은 부당한 개입은 없었으며 은행 측이 억지를 부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KB 지주 고위 관계자는 "버스 떠난 뒤에 손들고 붙잡는 식이니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며 "인력의 효율적 관리, 비용절감 차원에서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이 맞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은행 전산시스템을 놓고 KB 내부 갈등이 커지자 지난 19일 은행검사국 등 검사역 7명을 급파해 특별 검사에 들어간 데 이어 다음달 말 대규모 검사인력을 투입해 KB 전체에 대한 경영 진단에 나설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참에 KB 내부 통제 시스템을 완전히 해부하는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백히 가릴 방침이다. 금융 당국 고위관계자는 "이참에 KB의 고질병을 확실히 뜯어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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