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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조선소 터 27년간 개발… 단절됐던 도심 기능까지 회복
녹지공간 시민에 돌려주는 등 개발이익 최소화에도 수지타산
일자리 5만개 등 경제효과 8조원
나리타 국제공항에서 차를 달린 지 1시간 반여.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요코하마만(灣)을 가로지르는 베이브리지 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70층 높이로 홀로 우뚝 선 사다리 모양의 건물이다. 21세기의 미래 항만이라는 다소 거창한 이름의 '미나토미라이21' 지구의 랜드마크 빌딩이다.
이곳은 30여년 전까지만 해도 노후 항만에 붙어 있는 낙후된 조선소에 불과했다. 운명을 뒤바꾼 계기는 지난 1983년. 요코하마시가 항만 재개발에 나서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요코하마시가 먼저 돈을 들여 기반시설 및 공공시설을 지었다. 그렇게 구색이 갖춰지자 민간업체도 하나둘 업무시설과 상업시설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7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요코하마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이다.
미나토미라이21 지구는 세계적으로도 노후 항만 재개발의 성공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낙후된 항만 탓에 단절됐던 도심 기능을 재개발을 통해 온전히 회복했다는 점이다. 재개발 이전 요코하마시는 관청이 몰린 요코하마 역 인근과 상업지역인 간나이역 인근으로 나뉘어 있었다. 186만㎡ 규모의 미나토미라이21 지구 재개발 이후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단절됐던 도시가 하나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재개발 와중에도 기존의 역사성을 그대로 남겼다는 점이다. 미나토미라이21 지구 한편에 있는 빨간색 벽돌건물의 쇼핑몰 '아카렌가 창고'가 대표적인 예다. 요코하마는 1858년 맺어진 미일 수호통상조약으로 문호를 개방해 근대 항으로 발돋움한 곳이다. 아카렌가 창고는 메이지 말기인 1910년께 지어진 건물이다. 속은 쇼핑몰로 변했지만 겉은 100년의 세월이 무색한 만큼 지금도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마지막은 녹지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 시민에게 돌려주고 역사성 있는 건물을 보전하는 길을 택하는 등 개발이익을 최소화했음에도 경제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았다는 점이다. 1983년부터 2000년까지 민간개발을 포함해 미나토미라이21 지구에 투자된 금액은 1조3,800억엔 상당이다. 재개발 프로젝트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1조9,700억엔. 경제적 효과로만 따지면 5,000억엔이 넘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굵직했던 개발계획이 마무리 단계였던 2004년까지 만들어낸 일자리만 5만1,000개, 이곳에 새 둥지를 틀은 기업은 1,100개사였다. 요코하마시는 이렇게 기업들이 들어서면서 생긴 경제적 효과를 연간 8,600억엔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돈으로 8조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여전히 낙후된 인근 항만에 위치한 민간업체들도 되레 재개발을 원하고 있는 것도 미나토미라이21의 성공 사례 덕분이다. 인근 야마시타 항에서 마리나항만을 운영 중인 호즈미 나카타 베이사이드 요코하마 마리나 대표는 "시가 이곳을 미나토미라이처럼 재개발 지구로 지정하고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며 "레저항이라는 개발 콘셉트에 맞춰 베이사이드 마리나도 3단계 개발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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