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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은행권 과당경쟁 검사' 딜레마

"시장상황에 안주 경쟁 안하면 고객혜택 감소할 수 있는데…"<br>"상위 4대은행 치열하게 안싸워도 年수조원 순익"<br>출혈경쟁 포착해도 제재방법 없어 사후효과 등 고민<br>서서히 높아지는 가계대출 리스크에 경고 성격 짙어

'은행들 경쟁 안 해 문제인데 과당경쟁 말라니.' 금융감독원이 최근 은행권의 과당경쟁 상시검사 방침을 밝혔지만 그 강도와 기준, 사후효과 등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자칫 이번 검사의 진의가 '경쟁하지 말라'는 식으로 곡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경쟁이 과열수준으로 올라섰다 해도 법적으로 이를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금감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은행들의) 과당경쟁을 살펴보겠지만 은행들이 경쟁을 너무 안 해도 문제"라며 "은행들이 경쟁을 펼쳐야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비효율적인 경영을 하는 은행이 도태될 텐데 지금은 은행들이 적당히 현상유지만 해도 충분히 먹고 사는 구조"라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 시중은행의 임원도 "국내 상위 4대 은행들의 자산이 각각 백조원대를 넘어선 상황이어서 굳이 치열하게 은행들끼리 싸우지 않고 적정한 예대마진만 유지하면 연간 조원대 순익을 내는 게 힘들지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도 "요즘 은행원들의 고민은 지금의 자산규모만 유지해도 먹고 살만한데 경영진이 혹시 무리하게 영업 드라이브를 건답시고 사고(대출부실)를 쳐 순익을 까먹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의 문제는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과당경쟁이 아니라 오히려 경쟁을 피하고 시장에 안주하는 것이 더 크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다. 실제로 주요 은행들의 예금, 대출상품의 가격(금리)구조나 서비스 내용에서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감당국이 은행들의 과소경쟁이 아니라 과당경쟁을 막겠다고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은 서서히 높아지고 있는 가계대출 규모에 대한 경고 성격이 짙다. 최근 2~3년간 가계대출은 매해 수십조원씩 늘고 있다. 최근 추세가 이어진다면 가계대출이 올해 1,000조원을 넘어설 수 있어 통제 불가능한 수준까지 육박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개별 금융 현장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에 대한) 리스크관리를 자신하고 있지만 전체 가계대출의 수치가 너무 높아진다는 점 자체가 리스크"라며 "은행의 과당경쟁에 대한 경고 역시 이 같은 (위기인식)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주요 은행들의 종합검사기간 동안 여신(대출) 및 수신(예금 등)실적을 정밀분석해 '과도한 외형경쟁 여부'와 '금리 출혈(덤핑)경쟁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과도한 외형경쟁이란 은행들이 서비스 차별화 없이 단순 물량위주의 자산확대에만 몰두하는지 여부를 의미한다. 덤핑경쟁이란 은행들이 자금조달 원가 이하의 금리로 출혈경쟁을 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정작 외형경쟁이나 출혈경쟁 정황을 포착하더라도 금감원이 해당 은행을 제재할 방법이 마뜩잖다. 대출부실이나 경영건전성에 큰 위협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단순히 자산외형을 늘렸다는 것을 처벌할 수는 없는 탓이다.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지난해 1%안팎을 기록해 자산건전성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덤핑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는 각 은행의 자금조달원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단순 제조업과 달리 복잡한 은행의 원가구조를 파헤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은행들이 차별화 없는 도토리 키재기식 금리구조에 안주하며 수조원씩 순익을 내는데 금리 인하를 독려하지 못할 망정 금리덤핑을 문제 삼는 것은 대중적 정서와 괴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의 은행 대출자산 증가가 무리한 출혈경쟁 때문인지 여부도 논란거리다. 4대 시중은행의 대출자산 규모(원화대출 잔액 기준)는 올해 지난 3월 말 현재 총538조9,048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522조1,727억원)보다 3.2%(16조7,321억원)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해당 은행의 예금을 비롯한 총수신은 6.2%(35조4,476억원) 늘어 대출증가율을 두배가량 앞질렀다. 한 대형은행의 간부는 "대내외 경제불안 요인으로 은행예금에 돈이 몰리자 이처럼 늘어난 수신자금을 굴리기 위해 은행들의 대출 영업 확대가 불가피했다"고 전했다. 금감원이 은행감독의 방향을 '과열경쟁 방지'보다는 '금융소비자 보호'로 재설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들의 상품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면 불완전판매와 같은 소비자 피해가 재발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예방하는 데 더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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