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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이 금감원보다 무섭다
입력2000-08-25 00:00:00
수정
2000.08.25 00:00:00
성화용 기자
회계법인이 금감원보다 무섭다외환銀 결산, 감사법인 요구로 워크아웃 충당금 전액적립
「회계법인이 금감원보다 무섭다.」
은행권이 반기결산 관련 회계감사를 마친 가운데, 이번 감사에서 금감원이 은행권에 공문으로 보낸 결산 지침이 주요 회계법인들의 「공동 의견」에 의해 사실상 무너지는 사례가 발생했다. 당국의 감독보다 회계감사가 더 엄정한 선진 시스템이 우리나라에도 점차 정착돼가는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결산감사를 받은 외환은행은 당초 워크아웃 여신에 대한 충당금을 전액 적립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앞서 이미 감독1국 명의의 공문을 보내 연말까지 은행 자율에 맡긴다는 유보적인 지침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외환은행은 반기결산 재무지표를 여유있게 산출하기 위해 워크아웃 여신 충당금을 다소 부족한 채로 넘기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삼일회계법인측이 정면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적립할 수 있는 재원이 있는데도 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을 수는 없으며 이로 인한 결산 내역의 왜곡을 묵인할 수 없다는 것.
당국의 결산지침을 들이대며 버티던 외환은행 실무진은 결국 삼일회계법인측의 권고대로 워크아웃 여신에 대한 충당금을 전액 적립하고 말았다.
삼일측은 쟁점이 생기자 5대 회계법인 관계자들과 금감원 회계감독국 실무진까지 끌어들여 협의, 회계원칙대로 밀고 나갔다. 결국 금융감독원이 내린 워크아웃 여신 충당금 적립 유보조치는 무의미하게 되고 만 셈이다.
회계법인들이 이처럼 엄정해진 것은 외부감사의 귀책 범위가 커진데다 최근 산동회계법인이 대우 문제에 휘말려 고전을 거듭하는 등 자칫 느슨한 회계감사가 법인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 특히 국내 법인과 제휴 또는 합작한 외국 회계법인들의 영향도 크다는 관측이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입력시간 2000/08/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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