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올린 손뜨개 정보 인기에 1999년 1인 기업으로 사업 시작
'매장 50곳' 국내 1위 업체로 키워
원단·부자재 유통 뿐 아니라 전문학원 설립·자격증제 도입
연 1000명 여성인력 양성… 국내 손뜨개 산업 요람으로
"실과 바늘로 시작한 사업의 최종 목적지는 '바느질 박물관 설립'입니다. 1년에 네 차례 손뜨개 학원 수강생들의 졸업 작품 전시회를 갖는데, 이들의 결과물이 하나·둘 모이면 좋은 콘텐츠가 될 거라 자부합니다."
송영예(47·사진) 바늘이야기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그는 다른 이들이 취미로만 여겼던 뜨개질을 사업 아이템으로 삼아 국내 1위 업체로 만든 여성 경영인이다. 1999년에 첫 문을 연 바늘이야기는 손뜨개 작업을 전문화 시킨 요람이 됐다. 송 대표는 손뜨개에 쓰이는 실·바늘·원단·부자재 유통뿐 아니라 손뜨개를 여성전문기술인력을 양성하는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2008년 손뜨개 전문 학원을 설립, 매년 1,000명 이상의 여성인력도 배출해 오고 있다.
바늘이야기의 첫 시작은 1인 기업이다. 송 대표는 1990년대 초 임신 후 태교도 할 겸 뜨개질을 배웠다. 밤 새는 줄 모를 정도로 매우 흥미로웠다. 뜨개질 솜씨가 늘면서 송 대표는 당시 PC통신(천리안)에 '뜨개질 동호회'를 열었다. 동호회 방장으로 활동하면서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고 여기저기서 뜨개질 작품 의뢰도 곧잘 들어왔다. 송 대표는 "소 일거리 삼아 손뜨개 정보를 올렸는데 생각보다 게시판 열람 횟수도 높고 인기가 폭발적이었다"며 "비단 나이 든 분들에 그치지 않고 젊은 전문직 종사자 등 다양한 직업, 연령대에서 흥미를 갖고 접근하는 걸 보고 '사업이 되겠구나' 감이 왔다"고 했다.
송 대표는 1998년 자체 홈페이지를 열었다. 처음엔 늘어가는 손뜨개 작품 정보 등 각종 자료를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게재된 사진을 보고 '어디서 관련 실을 구하고 어떻게 작품을 만들면 되냐'는 방문자들의 꼬리 질문이 이어지자 송 대표는 아예 관련 실·바늘·원단·부자재 등을 직접 사와 보내주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의 뜨개질 쇼핑몰 '바늘이야기'는 그렇게 첫 물꼬를 텄다. 2000년대 초부터는 유럽 등 바느질 관련 사업이 발달한 해외 유수 브랜드와 접선하며 유통사업에도 뛰어들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 시장에 거의 유통되지 않았던 독특한 색상과 질감의 실들을 들여와 쇼핑몰에서 판매하며 인기를 끌었다.
손뜨개 하는 이들 사이에서 '바늘이야기' 이름이 회자 되면서 전국 뜨개질 매장에서 같은 상호를 쓰고 싶다는 문의도 잇따랐다. 체인 사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전업주부 송영예가 아닌 여성 사업가로 본격적으로 변신하는 시점도 이때부터다.
사업을 하면서 송 대표는 당시 국내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손뜨개 관련 교육을 체계화하고 인적자원도 육성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는 2006년 8월 한국손뜨개협회를 발족했다. 이듬해는 국내 처음으로 자격증이 없던 뜨개질에 '편물 기술자격증'이란 자격제도도 도입했다. 송 대표는 "전문교육학원·자격증을 통해 매해 1,000명 가량의 전문 바느질 인력을 양성, 여성들의 실제 취업·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적극적으로 이 산업 영역을 함께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고 했다.
1인 기업으로 시작한 바늘이야기는 현재 전국 50개 매장을 보유, 온라인 쇼핑몰·학원·오프라인 매장을 포함해 연 매출 30억 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송 대표는 최근 해외사업에도 부쩍 관심이 많다. 그는 "직접 쓴 바느질 관련 서적이 해외로도 출간돼 이름 석 자를 나름대로 알린 덕분인지 중국에서 사업 제안이 빈번히 들어오고 있다"며 "전자상거래부터 다방면으로 이들과 교류해 한국 손뜨개 저변을 해외로까지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다양한 전시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현재 파주 물류 공장 인근에 갤러리 운영을 위한 공간을 확보, 한창 마무리 공사 중이다. 송 대표는 이곳에서 다양한 손뜨개 DIY(직접 제작한 것) 작품을 전시해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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