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제 불확실"
부채비율 대폭 축소 등 재무안정성 개선 주력
유가하락에 생산비 줄어 영업이익률은 좋아져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4분기 기업경영 실적은 우리 기업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기업의 매출 증감률은 지난 분기 -5.7%(전년 대비)로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파가 극에 달했던 지난 2009년 2·4분기(-4%)보다도 안 좋았다. 특히 엔화 약세, 중국 휴대폰·자동차 산업의 약진에 고전하고 있는 제조 대기업의 매출액 증감률은 2·4분기 -7.5%로 통계작성(2003년) 이래 가장 나빴다.
이런 현상은 산업현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익명의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현재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등 외환건전성 지표는 양호하지만 산업계로 눈을 돌리면 참담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도 "기업은 △중국산 제품의 경쟁력 강화 △미국·유럽·일본산 제품에 비해 약한 브랜드 이미지 △추세적 원화 강세 △불투명한 경영체계 등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다"며 "이대로는 2~3년 후 기업의 평균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인 'BB+'로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매출이 줄어든 기업들이 돈을 빌려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기보다는 안정성만 높이는 등 잔뜩 움츠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의 기업경영실적을 보면 대기업의 부채비율은 2·4분기 96.4%로 1·4분기의 98%에서 하락했다. 지난해 4·4분기(92.6%) 이후 반년 만에 가장 적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기업들의 부채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8월부터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가 1%포인트나 인하되고 이에 따라 은행 대출금리, 채권금리도 덩달아 낮아졌지만 세계 및 국내 경제 불확실성으로 돈을 빌려 투자하는 기업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대기업의 차입금 의존도도 마찬가지다. 2·4분기 25.3%로 전 분기(25.4%)에 비해 소폭이지만 낮아졌다. 지난해 3·4분기(25.25%) 이후 3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차입금 의존도는 차입금과 회사채 발행잔액을 총자산으로 나눠 산출한다. 역시 수치가 낮을수록 기업의 부채 정도가 낮다는 뜻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포함한 전산업의 부채비율도 2·4분기 104.2%로 1·4분기 105.7%에서 낮아졌고 차입금의존도도 26.9%로 27%에서 소폭 하락했다.
다만 기업들의 수익성은 개선됐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며 제품 생산 비용 자체가 줄어든 덕분이다. 2·4분기 대기업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3%로 전 분기 5.1%에서 상승했으며 전산업도 5.6%로 0.5%포인트 올랐다. 대기업은 1,000원어치를 팔아 53원, 전체 기업은 56원을 남겼다는 의미다. 기업의 이자보상비율도 호전됐다. 지난 분기 대기업은 441%로 1·4분기 352%에서 대폭 상승했으며 전체 기업도 426%로 356%에서 올랐다. 수익성이 개선된 데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1.5%까지 낮추면서 이자율이 떨어진 영향이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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