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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성당 폴ㆍ트리니티 성당 각광
입력2002-01-13 00:00:00
수정
2002.01.13 00:00:00
테러후 美국민 정신적 지주로 각광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자리에서 한 블록 건너편에 세인트 폴 성당은 지난해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가 되고 있다.
성당 앞에는 유가족들이 사진을 걸어놓고 행여 가족이 살아 돌아오지 않을까 눈물지으며 기다리고, 뉴욕을 찾는 관광객들도 꼭 이곳을 찾아온다.
새해 들어 미국인들은 이곳을 찾아 역사의 아픔을 다지고 있고, 지난해말로 8년 임기를 마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이곳에서 고별인사를 했다.
빌딩 숲에 묻혀 왜소하게 보이던 이 성당이 새로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110층짜리 건물 두 동이 사라져 상대적으로 크게 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236년 역사의 이 성당이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의 정신이 살아있고, 역사가 숨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세인트 폴 성당은 지난 1766년 건축돼 '하느님의 전당'으로 봉헌된 고딕 양식의 건물이다.
1789년 조지 워싱턴 장군이 독립전쟁을 승리하고, 뉴욕 연방청사에서 초대 대통령에 취임한 후 의원들과 함께 '신이 미국을 가호하기를(God Bless America)' 기원했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11일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테러 공격으로 미국 경제의 상징인 세계무역센터 두 동이 무너졌을 때 주변에 있던 10여 동의 현대식 건물들도 무너지거나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지척에 있던 세인트 폴 성당은 조금도 상처를 받지 않았다. 유리창 한 장도 깨지지 않았다고 한다.
테러와 전쟁, 경기침체로 얼룩진 2001년을 보내고, 미국인들도 다른 어느해보다 2002년이 오길 기대한 것 같다. 좌절과 허탈, 분노와 공포가 교차되고 경제가 단층처럼 가라앉던 한해를 보내며 미국인들은 새해가 재기와 도전의 한해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두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 첫째는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것이요, 둘째는 국제 테러 집단의 보복을 차단하고 이들을 소탕하는 것이다.
경제는 올 상반기에 바닥을 지나 하반기에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세계 각지에 산재한 국제 테러 조직이 언제 어디서 도전해올지 모르는 일이지만, 미국은 지난 10년간 자만과 무방비의 상태에서 깨어나 테러와의 전쟁에 대응하고 있다.
세계무역센터와 월가 사이에 또 다른 성당 하나는 트리니티 성당이다. 트리니티 성당과 세인트 폴 성당은 당시 뉴욕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지만, 현대식 고층빌딩이 들어서면서 구시대의 낡은 유물로 전락했다.
그러나 9.11 테러 이후 세인트 폴 성당은 21세기 첫 전쟁의 기념비적 장소로 새롭게 각인되고, 트리니티 성당은 미국 금융심장부가 다시 박동치는 상징으로 자리 매김 하고 있다.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고별사에서 "성당이 전쟁의 폐허에서 당당하게 서 있는 것은 뉴욕 시민과 미국인들의 강함과 재기를 웅변하는 메시지"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사상 초유의 재난을 당하면서도 건국정신이 살아 숨쉬는 두개의 신의 제전이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인들로하여금 새해에 어떤 어려움과 도전이 닥쳐오더라고 강인하게 일어설 용기를 주고 있다.
뉴욕 = 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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