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11일 “금리 결정을 매달 하다 보니 월별 지표에 함몰되는 문제가 있다”며 “6주에 한번, 1년에 8번 하게 되면 모든 지표를 광범위하게 활용해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법 시행령 14조는 ‘금통위는 매월 1회 이상 소집한다’고 규정돼 있다. 금통위가 매월 둘째 주 목요일에 금리 결정 회의, 넷째 주 목요일에 제반 사안들을 논의하는 회의 등 2번 열린다. 금리 결정 회의를 6주에 1번으로 줄여도 시행령에 위배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은은 지난 1950년 설립 이후 65년간 매월 금리결정 금통위 개최해왔다. 회의가 매달 열리다 보니 산업활동동향 등 월 단위 경기변동이 금리 결정의 최대 변수다. 하지만 6주에 한 번, 석 달에 두 번 하게 되면 분기별 경제성장률을 중요 지표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장의 불필요한 혼선을 줄이고 금리 결정의 안정성도 높아질 수 있다. 한 금통위원은 “설이나 추석이 있는 달은 경제에 큰 변동이 없음에도 금통위를 열면서 불필요한 시장 변동성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긴급한 시기에는 임시 금통위를 열 수 있어 위기 대응에는 큰 문제가 없다. 임시 금통위는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 또는 금통위원 2인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의장이 소집할 수 있다.
최근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금통위 횟수를 줄이고 있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부터 금리결정 회의를 연 12회에서 8회로 축소했으며 일본은행(BOJ)이 내년부터 14회에서 8회로 줄일 예정이다. 영란은행(BOE)도 8회로 축소(이전은 12회)하는 개편안을 내놓는 등 중앙은행의 기류도 바뀌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미 연 8회 회의를 열고 있다.
걸림돌은 여론이다. 금통위원들은 “경기도 안 좋은데 금통위가 횟수를 줄인다면 금통위 반감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기류가 강하다. 수억대 고액연봉에도 하는 일은 별로 없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한은 내외부 의견도 미묘하게 엇갈린다. 한은 집행부는 횟수 축소에 긍정적인 반면 임명직 금통위원들은 대체로 소극적이다. 한 금통위원은 “내년 4월 금통위원 7명 중 4명이 교체되는데 떠날 사람들이 주도해서 차기 금통위의 횟수를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한은 측 인사는 “새로 온 사람들이 금통위에 적응하고, 횟수 축소의 필요성을 느껴 이를 추진하게 되면 또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떠나는 사람이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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