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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간접투자시대 운용기관의 역할

姜敞熙 국민투신운용 대표이사『어느 나라든 그 나라의 발전단계에 따라 주식투자를 피해야 할 시기와 꼭 해야 할 시기가 있는데, 한국이 바로 투자를 해야할 시기에 접어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50~60년대, 일본의 70~80년대와 같은 상황이 지금부터 한국에서 재현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이는 세계적 투신사인 피델리티에서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로 있다가 지금은 독립 투자자문사를 경영하고 있는 오시타니사장이 최근 국내 기관투자가 대상 세미나에서 한 말이다. 실제 앞으로 수년 동안은 주식투자가, 기업 재무담당자 모두에게 중요한 시기가 되지 않을까 여겨진다. 주가의 큰 폭 상승이 기대될뿐 아니라 기업가치 중심의 투자가 가능한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이 직접 투자,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들어 주식시장의 변동요인이 글로벌화돼 가고, 하루에도 몇십 퍼센트씩 가격이 변동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개인투자가들은 은행, 보험, 연금, 투신, 투자자문 등의 운용기관에 재산을 맡겨 간접투자하는 방식을 늘려가지 않을 수 없게 됐으며, 그만큼 운용기관의 역할도 중요해 졌다. 현재 우리나라 개인금융자산은 줄잡아 700조원. 이같은 막대한 자금이 어떻게 운용되느냐에 따라 우리의 국부(國富)도 위상이 달라질 것이다. 가까운 일본은 1,200조엔에 달하는 개인금융자산 상당수가 부실화됐다. 일본 국민들도 안다. 그래서 많은 투자가들이 외국 운용기관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국내 운용기관들도 지금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일본 운용기관의 전철을 밟을 수 밖에 없다. 국내 투자가들은 지난 80년대 후반 주식시장 호황기때 자금을 쏟아 부었다가 운용기관의 운용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사실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현재 총 투자신탁 잔고중에서 주식형 투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6% 정도에 지나지 않은 것은(미국의 경우 50%) 그간의 주식시장 침체, 고금리에도 원인이 있지만 투신사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12월 이후 불거진 뮤추얼펀드 붐도 따지고 보면 기존투신에 대한 불신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운용기관들이 이번 주가상승 국면에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 시장을 그들에게 고스란히 내주고 마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구미의 유수한 운용기관과 우리 운용기관과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물론 운용관련 시스템에도 차이가 있겠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운용기관으로서의 뚜렷한「운용철학」을 갖고 있는가 여부다. 또한 이같은 운용철학을 체현시켜 고객자산의 안전을 도모하고, 계속적으로 높은 운용성과를 실현시켜 줄 수 있는 펀드매니저를 갖고 있는가도 비교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피델리티의 투신 운용철학은「기업의 내재가치 중심으로 조사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인 운용을 해 고객에게 높은 수익을 계속적으로 내 주는 것」이다. 이 철학에 따라 피델리티의 펀드매니저는 매일 매일의 시황에는 개의치 않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만을 열심히 찾아 편입을 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매년 운용실적 상위랭킹에 상당수의 피델리티 펀드를 올려 놓는다. 특히 과거 30년 이상 이런 운용실적을 유지해오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아도 고객이 모여든다. 거기에 평가회사들이 피델리티 펀드를 최상급으로 평가, 자동 홍보가 된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운용회사는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다. 반면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우선 운용철학이 없다. 없다기 보다는 경영자가 바뀔때 또는 약간의 상황이 변할때 수시로 바뀐다. 따라서 펀드매니저도 무엇을 목표로 노력해야 될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주식이나 채권의 단기매매를 통해 차익을 올리려고 하는 것이 운용전략의 핵심이 됐다. 또한 과거 운용실적을 내세울 수도 없고, 국제적인 평가기관으로부터 평가를 받은 것도 없다 보니 펀드매니저의 사진이나 경력을 실은 거창한 광고를 통해 홍보를 한다. 이런 상태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국내 운용기관이 세계 유수의 운용기관과 경쟁을 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우선 가상의 운용철학만이라도 만들어 놓고 문제가 있는 것은 수정해 가면서 이 철학에 맞는 펀드매니저를 양성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유능하다고 소문난 펀드매니저를 스카웃해 단기에 성과를 올려보려는 경영전략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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