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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소비시대의 기업 전략

지난 9월20일부터 9일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은 구조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중소제조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행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동안 산업혁명으로 연상되는 굴뚝산업의 나라, 여왕과 신사로 대변되는 전통의 나라라는 보수적인 이미지의 영국을 젊고 활기차며 창조적인 국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불과 십여년 전만 해도 영국은 전성기가 지나 그 기운이 저물어가는 듯한 인상을 줬다. 그러나 토니 블레어 수상 취임 이후 이 점잖은 신사의 국가는 이른바 창조산업을 키우기 위한 강력한 정책을 편다. 그 대표적인 슬로건이 바로 `창조적인 영국(Creative Britain)`이다. 영국정부가 정의한 창조산업에는 영화ㆍTVㆍ라디오ㆍ음악ㆍ출판ㆍ소프트웨어ㆍ컴퓨터게임ㆍ공예ㆍ건축ㆍ공연예술ㆍ디자인ㆍ패션ㆍ광고ㆍ예술품ㆍ골동품 등이 속한다. 우리는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팝아티스트들, 영화와 방송 분야의 뛰어난 프로듀서들, 디자이너들이 작위를 받는 리스트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본다. 그리고 그들은 세계 도처의 건축과 브랜드들을 디자인하고 있다. 리처드 로저스의 퐁피두센터와 노만 포스터의 홍콩 첵랍콕 공항, 조나단 아이브의 애플 아이맥 컴퓨터, 론 아라드의 의자들, 전세계 유명 쇼핑가를 점령한 콘란숍 등. 굴뚝산업을 일으킨 주인공은 이제 그 산업이 가치가 적다고 보고 두뇌를 활용한 창조산업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이 같은 정책변화에 힘입어 런던은 21세기에 접어들어 유럽에서 가장 많은 국내총생산(GDP)의 도시가 됐다. 생산량이 유럽 2위 GDP 도시인 파리의 2배라고 한다. 여기에서 창조산업의 활약은 엄청나다. 2001년에 창조산업이 수출한 액수는 총 114억파운드(한화로 약 21조7,000억원)이다. 창조산업 가운데에서도 디자인과 디자인 관련 분야의 도약이 두드러진다. 같은 해 영국 전체 경제에서 디자인 분야가 차지하는 규모는 267억파운드(약 48조원)에 달하고 영국의 전 기업활동에서 디자인 관련 전체 고용인원은 100만명에 이른다.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창조산업의 부가가치를 잘 알기 때문에 이러한 분야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제조기업들도 창조산업으로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 특히 디자인을 적극 도입해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부가가치를 올려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왜 수출하는 기업에 디자인이 필수 이수과목이 돼야 하는가. 우리가 공략해야 할 해외 소비자들은 이미 창조적인 소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물건이 닳거나 떨어져서 새 물건을 소비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쯤은 우리도 경험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도 만만치 않은 디자인 바이어이지 않는가. 기술은 제품의 뒤에 숨어 있게 마련이고 개발사로부터 사와도 되기 때문에 점차 평준화되고 있다. 이에 반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좌우하는 디자인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 기업이 디자인에 투자한다는 것은 큰 모험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모험을 하지 않으면 어른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디자인에 대한 투자와 모험은 성장을 꿈꾸는 우리의 기업들이 반드시 지나가야 할 통과의례라고 할 수 있다. 가격경쟁으로는 상승하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는 우리 산업의 구조를 이러한 창조산업으로 서서히 개선하는 쪽으로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12월4일부터 열리는 `디자인코리아 2003`에 거는 관련업계의 기대가 크다.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디자인 명품들이 소개될 뿐만 아니라 영국의 세계적인 디자인 전문회사인 탠저린을 비롯한 국내외의 경쟁력 있는 디자인 전문회사들이 다수 참가해 자신들의 디자인 역량을 내보인다. 디자인 개발은 새로운 명품을 만드는 문화적 과제이며 일류 회사를 만드는 핵심 경쟁력임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가 될 것이다. 어느 시대에나 사회경제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한 전시회가 있다. 산업혁명 시기 영국은 수정궁에서 개최한 만국박람회를 통해 철과 유리로 상징되는 당시 산업강국의 면모를 과시했고, 일본은 나고야 디자인박람회를 통해 디자인 강국으로 진입했다. 이번 전시 역시 한국이 전세계의 디자인 강국으로부터 자극받고, 또한 한국의 디자인 파워를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장이라 할 수 있다. <이영혜 월간 <디자인> 발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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