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한낮기온이 36도까지 치솟는 등 이른 찜통더위가 찾아오면서 수면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밤에도 식지 않은 열대야 현상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의 경우 지난 11일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을 기록하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직장인들은 열대야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다음날 생활에 큰 지장을 주게 된다. 운전자의 경우 집중력을 떨어뜨려 사고발생 확률이 높아지는 등 건강에 큰 위협을 주는 만큼 열대야에서도 적절한 수면관리는 건강을 위해 필수적이다.
열대야 현상은 극심한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 두통, 소화불량 등 고온에 의한 수면부족이 몰고 오는 열대야 증후군을 안겨준다.
신현영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적당한 온도는 섭씨 20도 전후인데 열대야로 밤 기온이 25도 이상 올라가면 인체 체온조절 중추가 각성상태가 돼 쉽게 잠이 들지 못하게 된다"며 "그래서 잠을 잤지만 온몸이 뻐근하고 피곤하며 낮에도 졸림 현상을 느끼면서 무기력 증세와 두통, 소화불량 등에 시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열대야에서도 깊은 수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바른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 기상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덥다고 거실 등에서 에어컨 등을 켜놓고 자는 것은 가급적 피하고 잠은 반드시 정해진 침실에서 자는 것이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몸속에 있는 생체시계를 정상적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늦게 자든, 일찍 자든 항상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활동하는 것이다. 늦잠을 자거나 과도하게 낮잠을 자는 것은 오히려 수면 리듬을 깨뜨려 불면에 가져오기 쉽다. 낮잠의 경우 최대 20분을 넘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좋은 수면 환경을 위해 침실의 온도와 습도를 적정하게 유지해줘야 한다. 에어컨이나 선풍기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 가동하면 실내 온도와 습도가 낮아져 호흡기 계통이 건조해지면서 여름 감기나 냉방병에 걸릴 위험성도 있다. 냉방병은 갑작스러운 체온저하와 혈액순환 장애로 발생하는 두통이나 신경통 등을 일으킨다. 냉방장치를 켤 때는 미리 환기를 시켜주고 잠자기 전 1시간 정도만 켜놓는 것이 좋다. 최근에 나오는 에어컨이나 선풍기의 경우 열대야 기능이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고 일정 시간 가동 후 멈출 수 있도록 타이머를 맞춰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잠을 자는 방의 온도는 수면에 알맞은 18~23도 정도로 유지해줘야 하며 일정한 조명과 수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TV를 켜놓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자는 것은 수면을 취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 침대 위에서의 스마트폰 사용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수면을 취하기 2~3시간 전에 30분 정도의 가벼운 운동(산책·줄넘기 등)을 하고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면 수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샤워를 하면서 따뜻한 물줄기로 목덜미나 어깨를 자극해주는 것은 피로회복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덥다고 찬물로 샤워를 하는 것은 오히려 떨어진 체온을 높이기 위해 체내 열 생성을 유발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신철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교수는 "열대야일수록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장 이상적인 수면 주기는 오후11시 이후부터 오전7시 전후이며 너무 늦은 밤까지 활동하거나 늦잠을 자게 되면 수면주기가 무너져 생체리듬이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체온을 낮추기 위해 무조건 옷을 벗고 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잠이 들면 평소보다 체온이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옷을 다 벗고 자게 되면 체온이 더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반사적으로 몸에서 땀을 배출하게 된다. 몸에 딱 붙는 옷보다 약간 헐렁하면서 통풍이 잘되는 면 소재의 옷을 입는 것이 적절한 체온조절에 도움이 된다.
잠자기 전 아이스팩 등을 이용해 베개 위에 올려놓는 것도 한 방법이며 통기성이 좋은 재질의 베개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더위를 피해 한강 둔치나 공원을 찾아 늦게까지 식사나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엇보다 과식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잠자리에 들기 직전 수박처럼 수분 함량이 많은 과일이나 청량음료를 섭취하면 이뇨작용으로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시원한 맥주는 초기 수면을 유도할 수는 있지만 숙면 단계 수면으로의 진행을 방해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알코올로 인한 수분부족 현상이 일어나 갈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오히려 수면에 방해가 된다.
담배의 니코틴이나 커피·홍차 등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대뇌를 흥분시켜 수면을 방해한다. 커피와 홍차는 하루 1~2잔으로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특히 저녁 시간에는 섭취를 피해야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 따뜻한 우유 한잔은 공복감을 없애 숙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나영철 황금사과한의원 대표원장은 "음식물 섭취는 잠자리에 들기 3시간 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공복감이 느껴질 때는 우유 한 잔이나 바나나 한 개 정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억지로 자려고 하는 것보다 긴장을 풀 수 있도록 가벼운 책을 읽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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