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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와 발해사
입력2003-11-28 00:00:00
수정
2003.11.28 00:00:00
누가 무슨 소리를 하든 고구려와 발해는 우리 조상이 세운 나라다. 따라서 고구려사와 발해사도 당연히 우리 민족사의 일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3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들여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추진하고 있다.
1993년 8월 고구려의 황성 옛터 지안(集安)에서 열린 고구려문화국제학술회의에서 중국학자들이 “고구려는 중국 중앙정권의 지방통치기구에 불과했다”느니, “고구려족은 중국 북방의 한 소수민족”이라느니 하는 헛소리를 연발해도 우리나라 사학자들은 반박 한 번 제대로 못한 적이 있었다. 필자가 1995년 7월에 백두산을 등정하고, 고구려와 발해 유적을 답사 취재할 때에도 안내판마다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 이란 구절이 있어서 매우 불유쾌했다. 나중에 찾아가본 발해진유물박물관과 장춘시역사박물관에서도 똑같은 통분과 비애를 맛보았다. 안내문에 `발해는 당나라 때 속말말갈인이 중국 동북과 소련 연해주에 세웠던 지방정권`이라고 되어 있어서였다. `구당서`에도 발해 태조 대조영은 고구려 출신이라는 사실을 기록하고 있지 않은가. 중국의 억지대로면 백제와 고려사도 중국사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백제는 고구려와 함께 부여에서 나왔고, 고려는 고구려를 이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부여는 고조선의 뒤를 이었으니 고조선도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단 말인가. 하지만 중국학자들은 고조선이 대제국이었을 때 중국이야말로 고조선의 제후국이요 지방정권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 사학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정부에게도 묻는다. 일본의 역사왜곡과 보수파의 망언에는 항의성명이라도 발표했지만, 무엇이 두려워 중국의 역사탈취 기도에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하는가. 중국이 아직도 사대주의로 섬겨야 할 대국이요 종주국인가. 입만 열면 대미 자주외교를 부르짖고 걸핏하면 반미시위를 벌이는 `주체성 있는` 사람들에게도 묻는다. 어찌하여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사를 빼앗아가려는데 대해서는 시위는커녕 단 한마디 항의도 못하는가. 날강도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겼던 것이 불과 100년 전이다. 이제 또다시 역사를 빼앗긴 못난 후손, 못난 조상이 되지 말자. 죽은 뒤를 생각하라. 중국과 맞서 용장(勇壯)하게 싸웠던 고구려와 발해 사람들을 무슨 낯으로 대할 것인가.
<황원갑(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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