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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바꿔' 와 디지털
입력2000-01-25 00:00:00
수정
2000.01.25 00:00:00
요즘 가수들의 노래가 신세대들만의 것이라는 게 항상 불만이었다. 기성세대는 그들의 노래에서 「공감」의 대역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단 신세대들을 「진동」시키는 삐삐나 휴대폰과도 같은 것으로 바라볼 뿐이었다.그러나 신세대에게는 진동을 주면서, 기성세대도 공감시키는 노래가 현재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정연의 「바꿔」가 그것이다.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 세상을 다 바꿔」가 강렬하게 쿵쾅거리며 반복되는 노래다.
「바꿔」는 한가하게 애인타령만 하는 게 아니다. 거기에는 서태 류의 세상관이 있다. 세상이 문제있다, 그래서 바꿔보자는 메시 . 그것이 유명한 가수의 입으로 뱉어 는 상업주의와 결합하자 놀랄만한 에너 를 얻고 있다. 취학 전 아동도 「바꿔」를 노래하고, 386 이상의 기성세대도 무심코 따라 한다.
때맞춰 사회 곳곳에서 「바꾸기」가 활발하다. 직장인들의 가치관은 조직에 대한 충성에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쪽으로 빠르게 바뀌어간다. 한 PCS회사가 밀레니엄 드림을 물었더니 1위가 벤처 창업이었다.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도 탈 재벌, 탈 권위주의 경향을 반영, E-랜서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재벌들도 마찬가 다. 황제의 낙점 식 인사 관행이 논의의 도마에 올랐는가 하면, 그들 스스로 그룹의 아성을 깨고 경쟁자와 협력하기에 속속 나섰다.
심 어 프로야구 선수들도 바꾸기의 대열에 섰다. 스포츠맨들은 대개 순하고 보수적이다. 하 만 그들이 「현대판 노비제도」로 불리는 기존 계약제도에 반발, 선수협의회를 구성하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들은 구단에 맞서서 시민단체와 연대하겠다는 주장까 하고 있다. 「대중 스타」라는 고정된 이미 만 간직하고 있는 대중들에게 그들의 행동은 충격적이다.
총선시민연대의 국회의원 낙천·낙선운동은 바꾸기의 극치다. 이는 민주주의 제도의 한계를 국민이 직접 깨고 나섰다는 점에서 혁명에 준한다. 「시민 대청소」, 「쓰레기 분리 수거」라는 메타포가 다수로부터 공감을 얻는다.
그들이, 우리가 그처럼 바꾸라고 목이 터져라 소리치는 이유는 새롭 않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까닭이다. 그러나 금 일어나는 바꾸기는 그 「힘」이 다르다. 실제로 바꿔 고 있다. 그 힘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최근 곳곳에서 벌어 는 바꿔보기 바람은 우리 경제와 사회, 정치, 개인의 의식이 총체적으로 디 털화하는 징후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달 2번 이상 인터넷을 하는 인구는 현재 1,000만명. 늦어도 1년 내 다시 2,000만명으로 늘어난다.
디 털 인구가 추구하는 세계는 투명한 사회다. 아날로그사회에선 양(量), 애매함, 정실, 무원칙이 배한다. 하 만 디 털사회에선 「0」과 「1」이라는 코드에서 벗어나면 아예 데이터로 잡히 않는다. 기준에서 벗어나면 고려조차 안된다. 이같은 디 털 마인드, 디 털식 변화를 향하는 사람들이 수만, 수십만명이 아니라 1,000만명이 넘어버린 것이다.
얼마 전 타임워너와 AOL의 합병은 아날로그와 디 털의 갈등을 오프라인이 온라인 속에 들어감으로써 해소한 것이다. 그처럼 본질적인 변화에 대한 요청이 금 이 사회에도 찾아오고 있다. 「바꿔」를 「반항」으로, 「낙천운동」을 「폭력」으로 너무 쉽게 외면해버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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