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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1년] 기업구조조정 1년
입력1999-02-25 00:00:00
수정
1999.02.25 00:00:00
경제운용과 관련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국민의 정부도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낙제점수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빅딜」이라는 겉모습만 그럴싸한 수렁(?)에 빠져 기업구조조정의 핵심과제인 재벌개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또 은행을 통해 재벌개혁을 달성하겠다는 재벌개혁의 방법론도 은행들의 소극적 자세와 재벌들의 저항으로 힘을 잃어 결국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사태를 초래했다.
현 정부의 기업구조조정의 대강(大綱)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당선자시절 재벌회장들과 합의한 기업구조조정 5대원칙에 담겨있다. 경영투명성 제고, 상호지보의 해소, 재무구조 개선, 핵심부문의 설정, 지배주주의 책임강화 등이 구조조정 5대원칙이다.
이 원칙들이 제대로 시행될 경우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불러온 부채의존 선단식 경영과 오너의 독단적지배로 표현되는 재벌의 구습(舊習)이 타파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정부는 이같은 5대원칙을 달성하기 위해 동원가능한 수단을 모두 사용했다.
관련 법률및 시행령을 고쳐 결합재무제표를 조기(99회계년도)에 도입토록 하고 사외인사의 선임을 의무화하는 한편 회계제도를 국제수준에 걸맞게 강화하는 등 재벌개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었다. 또 주채권은행과 5대재벌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도록 하고 여신회수라는 무기를 통해 은행이 재벌에 개혁을 강요토록 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그러나 재벌개혁을 위한 실질적인 무기인 재무구조개선약정이 시작부터 흔들렸다. 빅딜이란 의외의 악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빅딜은 재벌그룹간의 사업교환을 의미한다. 정치권이 나서서 재벌그룹에 빅딜을 촉구했다. 빅딜을 둘러싼 정부와 재계의 갈등이 고조됐다.
재벌들은 빅딜을 빌미로 정부에 많은 반대급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대형사업의 장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재무구조개선약정을 확정할 수 없게 됐고 빅딜을 5대원칙에 부합하게 조정하다 보니 시간만 지체됐다. 결과적으로 상반기중 마련키로 했던 재무구조개선약정이 연말에야 체결되고 5대재벌개혁의 실행은 올해로 미뤄졌다.
또 최근 정부가 생산기반의 붕괴를 우려해 이자율인하 등 경기부양조치를 펼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된 재벌그룹들이 계열사매각 등 구조조정을 뒤로 미루기 시작하는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빅딜에 따른 지역감정 악화와 고용불안 등의 부담을 결국에는 정부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 조성되는 바람에 빅딜의 긍정적인 효과로 평가되던 과잉시설 처분이나 고용조정조차 어렵게 됐다. 경제논리의 훼손으로 외국인투자가들의 시각이 회의적으로 변하는 등 또다른 부담마저 안게 됐다.
정부의 재벌개혁의지가 후퇴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정부는 상호지보해소를 통해 재벌그룹을 독립기업 연합체형태로 개편하는 방안과 대출금출자전환을 통해 재무구조개선 및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동시에 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사외이사제도의 변질과 자산재평가를 통한 장부상의 재무구조개선노력 등에서 나타나듯 정부의 의도가 당초대로 관철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5대그룹의 대출금 출자전환은 대상기업의 선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6대이하재벌과 중견·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은 기업개선작업(WORK-OUT)을 통해 추진됐다. 지난해 9월 동아그룹을 시발로 64대계열중 15개계열그룹 39개기업과 중견대기업 40개업체가 워크아웃대상으로 선정됐다.
워크아웃은 생존가능성은 높으나 과다한 부채부담으로 허덕이는 기업의 금융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은행이 부채의 만기연장, 이자율감면, 출자전환 등의 지원을 해주는 대신 기업은 감자, 경영권포기 등으로 손실을 분담하는 제도다. 대부분의 기업이 높은 금융비용부담으로 생존의 기로에 서있는 상황에서 경제기반의 붕괴를 막기위해 이를 도입하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연말에 워크아웃기업들의 매출액을 점검한 결과 실제 매출액이 워크아웃플랜을 작성할 때 예측했던 매출액을 대부분 밑돌았다. 생존가능성을 철저히 점검해 대상을 선정하지 않는 바람에 도태되었어야 할 기업이 워크아웃대상으로 선정됐다는 지적이다. 워크아웃 대상에 들어가야 할 기업은 경영권 상실을 우려해 선정을 기피하고 시장에서 도태돼야 할 기업이 궁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이를 악용했다는 지적이 많은 실정이다.
워크아웃기업의 손실분담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동아, 거평의 경우는 경영권을 박탈했지만 일부 대상기업의 경우 위약시 경영권박탈조항이 있는데도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지난 6월 은행여신 10억원이상인 2만2,199개기업의 재무상태 등을 고려, 우선지원 조건부지원 기타 등 3단계로 분류한뒤 우선지원및 조건부지원기업에 대해서는 여신만기연장 신규자금제공 등의 조치를 시행했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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