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검토실의 송태곤8단은 이미 흐름이 백의 손아귀에 넘어왔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장쉬는 정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여전히 흑이 유리하며 덤을 내고도 서너 집은 족히 이기는 바둑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세돌은 어떻게 보고 있었을까. “반집승부라고 봤어요. 하지만 아직은 흑이 다소 유망하다고 생각했어요.”(이세돌) 이세돌의 말은 백8이 놓인 시점에서의 형세를 말한 것이었다. 그는 흑9의 슬라이딩이 내심 고마웠다고 한다. 그가 상상했던 것은 참고도1의 흑1 침공이었다. 흑9까지를 가정할 때 흑이 미세하나마 앞선다는 얘기였다. 백10으로 지키게 되어서는 승패불명이라는 것이 이세돌의 분석이었다. 백12는 승부수. 흑도 이 한 점을 순순히 넘겨주어서는 집이 모자라므로 흑13으로 차단했고 여기서 다시 격렬한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이 몸싸움이 그대로 이 바둑의 운명을 갈라놓게 된다. “사실 그 승부수(백12)는 그리 가망성있는 수단이 아니었다. 장쉬의 실착이 몇번 나와준 덕택에 결과적으로 좋아졌을 뿐이다.”(이세돌) 백22는 최선. 이 수로 참고도2의 백1에 잇고 버티는 것은 과욕이다. 흑2 이하 6으로 백만 운신이 거북하게 될 뿐이다. 노승일·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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