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와 경상북도를 잇는 요충지인 충북 제천시가 유통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을 입점시키려는 이마트(139480), GS리테일(007070) 등의 공세에 지역 상인은 물론 시민단체까지 반대 투쟁에 나서면서 인구 15만명도 되지 않는 제천시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기업형슈퍼마켓 에브리데이를 운영하는 에브리데이리테일은 최근 제천시에 입점하려던 신규 점포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당초 이마트는 지난달 에브리데이 제천점을 개설할 예정이었지만 제천 지역상권의 반발이 들끓자 이번달로 출점 계획을 미뤘다. 하지만 잇따른 설득 작업에도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입점 방침을 백지화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역 상인들의 반대가 워낙 심해 입점 계획을 접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제천에 2009년말 문을 열어 운영해오고 있다.
이마트가 SSM 입점 계획을 철회했다는 소식에 GS슈퍼마켓을 운영하는 GS리테일은 비상이 걸렸다. GS리테일은 오는 10월 제천시 장락동과 청전동에 신규 점포 2곳 개설을 목표로 대대적인 준비에 나선 상태. 하지만 제천시민의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아직 부지 선정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와 GS가 SSM 신규 출점을 놓고 고민에 빠진 반면 롯데는 미소 짓고 있다. 롯데쇼핑(023530)은 제천에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2개점을 운영 중이지만 SSM 규제가 불거지기 한참 전인 2004년 진출해 비판 여론에서 한 발 비켜 서 있다. 이마트에 이어 GS까지 SSM 진출에 실패하면 반사이익을 얻을 수 밖에 없다.
유통업계가 제천시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지리적으로 강원도와 경상북도를 잇는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인구는 14만명에 불과하지만 동쪽에 영월·평창·정선으로 이어지고 남쪽엔 영주·문경·예천이 인접해 있다. 인근 상권의 수요를 감안하면 잠재 고객만 50만명에 달한다는 게 유통업계 관측이다. 제천에 대형마트가 있는 이마트와 롯데와 달리 대형마트가 없는 GS가 SSM 개점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하지만 지역 상인들은 대기업의 SSM 신규 출점은 명백한 골목상권 침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제천 시내 슈퍼마켓 점장 30여명은 지난 3월 '기업형슈퍼마켓입점저지대책위'를 결성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31개 제천 시민단체도 반대 운동에 가세했다. 민병삼 대책위원장은 "이미 대형마트가 제천 지역상권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SSM 추가 입점은 또 다른 재앙이 될 것"이라며 "SSM 입점을 강행한다면 중소기업청과 충북도청을 상대로 사업조정을 신청하고 다각도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이번 사태가 타 지역으로까지 점포 개설이 가로막히는 선례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신규 출점을 제한할 명분이 없지만 지역상권의 반발이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로 대형마트 성장성이 정체된 상황"이라며 "유통업계의 신규 출점과 지역상권의 반발 사이에서 해법을 도출해내지 못하면 갈등의 골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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