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연구개발(R&D) 투자를 크게 늘린다.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성장을 이룬다는 전략이다. 특히 기업들은 경기침체로 시설투자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단행하되 R&D 분야에는 더 많은 돈을 쏟아 부어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R&D 투자를 단행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R&D에서 12조원에 육박하는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올해는 13조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경신한 만큼 연구개발 투자에 집중해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경영진은 지속적인 R&D 투자강화로 현재의 경쟁력을 배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다만 이 같은 R&D 투자규모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시설투자와 R&D에 각각 9조원과 5조1,000원을 투자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R&D 투자비중을 지난해보다 획기적으로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자동차 부문 투자를 전년 대비 5% 이상 증가한 10조원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기아차 중국 3공장 건설재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금이 R&D 분야에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친환경차와 신차 개발, 자동차 연비개선과 품질향상 등에 R&D 투자가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창사 이래 최대인 20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LG그룹은 R&D 분야에 전년보다 20% 늘어난 6조원을 배정했다. R&D투자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와 울트라 고해상도(HD) TV, 차세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CJ그룹은 이날 올해 R&D와 시설투자에 지난해보다 12.9% 늘어난 3조2,4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 2011년에 비해서는 91.7%나 늘었다. 이 밖에 지난해 5,800억원을 R&D에 투입한 포스코는 올해 200억원을 늘려 총 6,000억여원의 R&D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도 올해 R&D 분야에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한 3,600억원가량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 글로벌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벌린 경험이 있다"며 "올해 역시 이 같은 R&D 올인 전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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