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 대통령 후보인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에 대한 유감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힘에 따라 미국 측의 재협상 요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측의 FTA 재협상 요구를 억누르기 위해서라도 우리 국회가 한미 FTA 비준을 조기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 의원은 최근 상원 전체회의 서면 발언을 통해 “한미 FTA는 자동차ㆍ쇠고기 등 핵심산업 보호와 환경ㆍ노동 등 신통상정책의 기준에 합당하지 않다”며 한미 FTA가 미흡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현재 민주당 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오바마 의원이 공식적으로 FTA 재협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단순한 정치적 발언을 넘어서 미국 차기 정부의 의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리 측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또 한명의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리턴 상원의원도 지난해 “자동차 협상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FTA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누가 최종 후보가 되든 민주당의 미국 대선 승리는 한미 FTA 재협상을 의미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오바마 의원은 한미 FTA에 대한 비판 이유로 자동차ㆍ쇠고기와 신통상정책 문제를 들고 있지만 실제 타깃은 자동차와 쇠고기라고 할 수 있다. 신통상정책에 대해서는 미국 측 요구로 이미 추가협상을 마무리지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미 의회는 지난해 FTA 협상 타결 이후 줄곧 자동차 재협상 가능성을 거론해왔고 쇠고기에 관해서는 FTA 비준의 의회통과를 위해 쇠고기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며 노골적인 압박을 가해왔다. 대선 유력 후보인 오바마 의원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우리 측은 대선을 앞둔 정치적인 발언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15일 “오바마 의원은 대선 정국을 앞둔 정치인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오바마 의원이 대선에 당선되면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반대했지만 당선 이후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 측의 재협상 논란의 불씨를 사전에 제압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국회가 한미 FTA 비준안을 조기 통과시켜야 한다고 통상교섭본부 측은 강조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18대 국회가 구성되면 새 의원들이 FTA 문제를 처음부터 검토할 가능성이 있어 국회 처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국제관행을 고려할 때 우리 국회가 비준안을 먼저 통과시키면 미국 의회와 행정부를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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