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보름 정도 앞둔 김기문(60·사진)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정부의 경제 정책 파트너로서 중기중앙회 위상이 높아지면서 중소업계 이슈가 사회적 공감을 얻는 데 기여한 것을 임기 8년의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
김 회장은 12일 여의도 중기중앙회 회장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개발경제 시대에는 대기업이 앞장 서서 치고 나가면 그 낙수 효과가 중소기업에게 돌아오는 구조였고,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대기업 중심의 경제 정책으로 성공한 나라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중소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대기업이 조립하는 산업고도화 단계에 놓인 만큼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시대적 요구이자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가장 많이 청와대 회의에 참여한 경제단체로 중기중앙회를 꼽을 정도로 주요 경제 정책을 입안할 때마다 중소기업은 중심에 놓여 있었다"며 "경제 민주화 등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중기중앙회 위상이 높아지고, 정부의 경제 정책 파트너로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중앙회장으로서 거둔) 매우 큰 보람이자 성취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성과에 대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가업승계세제 확대, 중기적합업종 도입, 경제 3불 문제 해소를 비롯한 경제 민주화 입법 반영 등을 주도하면서 경제 분야 신용어들이 상당수 중소업계에서 만들어진 것 같다"며 "중소업계가 전처럼 무조건적으로 요구만 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공감을 얻기 위해 논리적 근거를 합당하게 제시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소업계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마인드 혁신도 주문했다. 김 회장은 "불우이웃을 돕는 것도 좋지만 우선 내가 고용한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기업 스스로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이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면 직원의 복지를 개선하고 연구개발과 투자를 늘려 기업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선순환 구조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합의 진행 상황에 대해 김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합리적인 역할 분담을 모색해 조화로운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중기 적합업종을 도입하게 된 것"이라며 "처음 동반성장위원회가 만들어질 땐 대·중소기업간 이견이 커서 시끄럽고 요란했지만, 이제는 대·중소기업이 균형 성장할 수 있는 경영 전략이자 사회 규범으로 인식하면서 자율적으로 합의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법인세 이슈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세율은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세율을 올리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며 "우리나라의 기업 환경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를 위해 법인세율을 무조건 올리기보다는 선택적 복지를 통해 기업할 수 있는 환경과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처음 중앙회에 출근하면서 내 회사라고 생각하면서 일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다"고 회상한 뒤 "하지만 지난 8년을 돌이켜 보면 잘 한 일보다는 못한 일이 더 많은 것 같다"며 진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퇴임 후 정계 진출설 등에 대해서는 '그럴 일 없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요새 사람들 만나면 중앙회장 자리를 내려 놓으니 시원섭섭하겠다는 말들을 하면서 앞으로 뭐를 할 거냐고 묻는데 나는 자연인으로 돌아가서 회사 일에만 매진할 것"이라며 "중앙회장을 하면서 국회의원이나 장관도 많이 만나고, 청와대도 자주 들어갔지만 나한테 가장 맞는 일은 역시 회사 일이라는 생각이 들고, 3월 스위스 바젤 출장을 시작으로 바쁜 기업인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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