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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같은 지점망을 가진 1금융과 달리 지점과 인력의 한계가 큰 카드사·저축은행·캐피털 등 2금융사는 채널 혁신을 생존의 키워드로 삼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초 카드사 정보 유출을 계기로 개인정보 보호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고객이 직접 콜센터로 전화하거나 정보제공 동의를 하지 않는 한 텔레마케팅(TM)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자 2금융의 채널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은 전화대출이나 온라인대출을 키우고 있고 카드사 역시 다이렉트 판매 채널과 모바일카드 확장에 무게추를 두고 있다.
단순한 채널 다변화에 그치지 않고 업종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구색을 갖추기 위해 신사업에 손을 대는 것이 아니라 컨설팅과 유통 등 금융 외 사업에 진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금융사 스스로가 다양한 산업의 판매 채널이자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밤9시까지 상담해주고 온라인으로 원스톱 대출=저축은행과 캐피털 등 2금융은 간편성에서만큼은 1금융을 앞선다. 친애저축은행은 지난해 모바일 앱을 내놓고 본인인증만 하면 대출한도조회와 대출신청 접수를 해준다. 웰컴저축은행은 사업자등록증이 있으면 전화로 대출 가능 여부 확인 후 직원이 직접 고객을 찾아가 대출을 해주고 SBI저축은행은 온라인주택담보대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아주캐피탈은 평일 오후9시까지 채팅으로 상담해주는 '뉴다이렉트론'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인터넷은행 관련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2금융의 영업 반경은 더욱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어느 은행이든 가까운 지점에서 실명인증을 받거나 온라인·모바일 실명인증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면 전국의 모든 은행 지점과 컴퓨터·휴대폰을 지점 삼아 영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1호 인터넷은행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 역시 2금융인 SBI저축은행이다. 지난해부터 인터넷은행화를 공언한 SBI저축은행은 일본 최대 규모의 온라인금융사인 모그룹 SBI의 지원을 받아 인터넷은행 규제가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빅데이터 컨설팅에 렌터카 사업까지=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고수는 벤치마킹을 할 때 다른 업종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다"고 말한 바 있다. 유통이나 정보기술(IT) 같은 다른 분야를 서로 엮어야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지 비슷한 사람들이 비슷한 일만 하다 보면 새로운 것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IT 업종에서는 전략적 제휴나 지분투자, 조인트 벤처 등 이종 간 결합이 활발하다. 차별화하려면 이 같은 이종 간 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카드는 올 하반기 빅데이터를 이용한 실시간 마케팅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가맹점이 자신이 원하는 마케팅 대상 고객을 삼성카드 측에 의뢰하면 컨설팅을 받고 목표고객을 상대로 마케팅을 벌일 수 있다.
일찌감치 빅데이터를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신한카드도 내부 상품 개발이나 마케팅에 이용하던 빅데이터를 사업 아이템으로 한 차원 끌어올렸다. 지난해 킨텍스의 소비유발효과 분석용역을 맡은 데 이어 패션기업 LF, LG전자와 제휴를 맺고 고객의 소비성향별로 어울리는 상품이나 구매할 만한 제품을 제안·홍보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모바일카드 결제 플랫폼을 유통과 결합한 사례도 있다. 앱카드로 대리운전과 꽃배달·퀵서비스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직접 주문·결제할 수 있는 신한 앱카드 오더가 대표적이다.
현대카드는 디자인경영을 내세워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업그레이드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지난 2003년 취임과 동시에 만든 디자인실은 현대카드 내부업무뿐 아니라 기아자동차의 레이로 택시를 디자인하거나 이마트와 협업해 세련된 디자인 주방용품 브랜드를 론칭하고 휴대폰 제조사인 팬택과는 새로운 스마트폰과 소프트웨어디자인까지 하는 등 반경을 넓히고 있다.
자동차할부금융 중심으로 돌아갔던 캐피털업계의 경우 경쟁 심화와 정부의 규제 강화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지난해 아주캐피탈이 장기렌터카사업에 진출했고 역시 자동차할부금융과 오토리스사업만을 하고 있던 신한카드도 장기렌터카 진출을 공식화했다. 문화 콘텐츠 투자에 적극적인 IBK캐피탈은 지난해 영화 '수상한 그녀'와 '명량' '관상'에 이어 올해 '국제시장'과 '오늘의 연애'까지 히트작들에 모두 투자했다.
현대캐피탈은 여전히 자동차금융에 집중하고 있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사업자 고객 위주였던 자동차 리스를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개척하고 있다. 최근 개인 전용 리스상품을 출시한 현대캐피탈은 토크쇼의 제왕이라 불리는 래리 킹을 내세워 차량을 구입할 때보다 등록세나 취득세·자동차세 등 세금을 크게 아낄 수 있고 중고차 처분까지 편리하다는 점 등 리스의 강점을 홍보하고 있다. @sed.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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