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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길` 향한 실천전략 모색
입력2004-03-08 00:00:00
수정
2004.03.08 00:00:00
강동호 기자
총선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17대 총선은 생사를 건 정치공방을 계속하고 있는 여야의 국회내 다수당의 위치가 뒤바뀔 수 있을지 최대 관심사이긴 하나 헌정사상 처음으로 진보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의 국회 진입이 이뤄질 수 있을 지도 관심거리다. 지난 총선에서 국회 의석 하나도 얻지 못한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대표는 벌써부터 이번 총선에서 10석 정도는 얻을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이번에 번역돼 나온 `노동의 미래(Where now for new Labour)`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가 노동과 자본, 국가 역할의 변모 속에서 사회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한 책이다. 이미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권의 이론적 기반인 `제3의 길`의 저자로 잘 알려진 그는 이 책에서도 여전히 유럽의 사회민주주의의 혁신과 집권에 대하여 궁구(窮究)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과중한 세금, 무더기 재정지출, 중앙집권적인 행정, 탈민영화=국유화 등 구사회주의의 이념과 정책들로는 더 이상 유럽 사회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 오히려 경쟁을 제약하지 않는 탄력적인 조세정책, 유연한 작은 정부와 지방중시 행정, 사회단체 등 비영리 조직과 사익을 추구하는 민간 기업의 조화, 적절한 약자보호와 결합된 능력 우선주의 등이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정당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유럽의 집권세력이 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요컨대 기든스는 국제주의와 세계화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와 오랫동안 교조주의에 빠져 있던 구사회민주주의의 중간에서 새로운 정치노선, 즉 `공공의 선`을 실행하기 위한 전략을 찾고 있다. 이는 그가 이미 `제3의 길`에서 모색한 것이기도 하나 이 책에서는 이를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식으로 제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영기업의 민영화, 연금 등 복지정책의 개혁, 지방분권의 확대와 강화, 이 밖에 교육ㆍ환경ㆍ세계화와 관련된 논의들에 있어서 현재 (영국에서) 실시중인 정책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대안적인 정책 이념과 프로그램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우선 공공서비스의 제공과 관련하여 국가나 시장 어느 한쪽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정책적인 편향을 버리고 중립적인 관점을 유지할 것을 촉구한다. 영국에서 철도나, 통신, 국민의료서비스는 민간방식이 도입되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개편됐지만, 그렇다고 민영화가 모든 경우 절대적인 대안은 아니다. 섣부른 민영화로 인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의 입장에서 오히려 불편함이 가중된 경우도 많고, 헐값 매각 논란에서부터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서비스 요금의 상승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따라 붙었다.
기든스는 관민협력체제(Public Private Partnerships)를 옹호한다. 공공재의 공급에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이 방식은 민영화 반대론자와 국유화로 인한 관료주의를 우려하는 두 진영의 불만을 동시에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실적으로 국가기구와 비국가기구(비영리 조직, 자발적인 노력봉사자 그룹, 아니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기업들까지)를 결합시키는 다양한 방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에 대하여 그는 일부 반세계화론자들처럼 세계화가 자유무역의 확대를 통해 빈국과 부국간의 격차를 더 벌여 놓을 것이란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세계화의 핵심적인 의미는 상호의존성의 증대이며 이는 통신의 발달로 인한 전지구적인 네트워크화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빈부의 격차 역시 세계화 때문만은 아니며 오히려 한국처럼 산업화를 통해 세계경제에 포섭됨으로써 빈곤에서 탈피할 가능성이 더욱 많았던 나라들에 대해 주목한다. 하지만 그는 신자유주의나 시장근본주의(Market Fundamentalism)에 편향된 세계화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UN등 지구적 통치기구의 강화와 개혁에 목표를 둔 다면적이고 원칙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은 우리의 정치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의 정치권은 `공공의 선`을 향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따지는 정책정당 체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서 권력을 잡기 위해 이합집산과 이전투구를 마다하지 않는 전근대적 붕당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우리의 정치권도 환골탈퇴하여 IMF 외환위기이후 사회 전체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개방화ㆍ세계화ㆍ민영화 및 국가 개입의 확대 등의 정책에 대해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미래형 정당`으로 거듭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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