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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사정 확대되나” 긴장/손홍균 서울은행장 구속 파장
입력1996-11-23 00:00:00
수정
1996.11.23 00:00:00
권홍우 기자
◎금융개편 대비 “은행 길들이기” 분석/개방 앞두고 대외신뢰도 다시 추락은행장 사정은 확대될 것인가.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계는 22일 손홍균서울은행장이 대출비리와 관련돼 검찰에 전격구속되자 초긴장상태에서 수사확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1∼2개월 전부터 ▲대출비리 ▲사생활 문제 ▲실명제 위반 등과 관련해 10여명의 은행장들이 사정대상에 올라 있다는 소문이 광범위하게 금융권에 퍼져 있는 상태이고 이번에도 손행장에 이어 1∼2명의 금융기관장이 추가소환될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한때 검찰측으로부터 흘러나와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안강민 대검 중앙수사부장은 22일 『수사대상은 한명뿐』이라고 언급,추가적인 은행장 수사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 추가적인 소환조사 대상자로 거명되고 있는 시중은행장들 역시 검찰의 연락조차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등 금융기관들은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이나 그간 검찰이 광범위한 사회지도층, 공직자 비리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는 점에서 사정의 방향이 공직사회쪽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시에서도 이날 『손행장 소환조사를 시발로 고위공직자 수십명에 대한 소환조사가 곧 실행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나 안중수 부장은 이날 수사대상자가 『한명뿐』이라고 언급하면서도 『이미 2∼3개월 전부터 금융계 대출비리사건을 내사해왔다』고 말해 금융계의 긴장을 지속시키고 있다. 이번 손행장 소환조사 역시 이같은 「기획수사」의 결과라는 점을 들어 금융기관장들이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내년초 은행권 최대 임원인사를 앞둔 투서난무현상 ▲비상임이사회제 도입, 금융기관 구조조정 등 금융산업개편을 앞둔 정부의 「은행권 길들이기」 ▲레임덕 현상 방지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사정의지 등에 비춰 은행장 사정이 확대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은행권에는 현재 내년 2월 1백여명에 이르는 최대 임원인사를 앞두고 투서가 난무하고 있다. 또 은행합병 등 금융산업 개편을 앞두고 은행 경영층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과 이와는 별개로 정권말기의 통치권누수 방지차원의 정치적 목적이 사정확대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시각이다.
은행권 사정이 손행장으로 그친다고 해도 금융계는 이를 개인의 단순한 비리사정 차원이 아니라 은행권에 대한 정부의 「신호 전달」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즉 「은행권 길들이기」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사정의 배경과 목적,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으로 개방과 경쟁이 치열해질 상황에서 은행권이 사정의 단골 희생양이 될 경우 금융권은 관치금융과 타율경영, 무소신경영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공신력의 상징인 은행수뇌부가 잇따라 구속될 경우 국내은행의 대외신뢰도는 다시 한번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안의식>
◎서울은행 왜 이러나/합병후 행장 9명중 7명이 중도하차/행내 파벌주의·정권유착 경영 후유증
손홍균 행장이 전격 구속됨에 따라 서울은행은 문민정부들어 은행장 3명이 줄줄이 중도하차하는 오명을 남길 것 같다. 지난 93년 3월 대출비리로 구속된 김준협 행장과 94년 1월 장영자씨 실명제위반사건으로 옷을 벗은 김영석 행장에 이어 손행장까지 임기를 채우지 못할 지경에 이른 것.
은행장이 3대에 걸쳐 연속적으로 중도퇴진한 것은 금융계 사상 초유의 일. 문민정부 시대의 서울은행장은 모조리 사고를 당한 셈이다. 서울은행은 이로써 지난 76년 5월 서울은행과 한국신탁은행이 서울신탁은행으로 합쳐진 후 취임한 은행장 9명중 구속이나 사고 등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행장이 7명에 이르는 불명예스런 기록도 갖게 됐다.
은행장의 연이은 유고로 서울은행의 경영상태는 말이 아니다.
당장 올 결산에서 대규모 적자가 우려된다. 외형에서도 신한은행에 추월당해 「5대 시중은행」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 주가도 지난 8월말 액면가 5천원선이 붕괴된 이후 4천5백원대를 맴돌고 있다.
서울은행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원인은 크게 두가지. 행내 파벌주의와 정권과 유착된 은행 경영의 후유증으로 설명된다. 지난 76년 합병 후 출신은행별·지역연고별로 파벌이 얽히고 설키면서 투서가 난무, 은행장마다 중도하차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
여기에 지점장 시절부터 신군부세력과 유착돼 있던 전임 K행장의 전횡도 은행의 경영기반을 약화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아직까지 행내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전임 임원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형편이다.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손행장도 소환 직전 한 사석에서 구속설의 진위에 대해 『누가 투서했는지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서도 서울은행은 전직원이 임금인상분을 반납하는 등 중흥에 매진하고 있으나 효과는 미지수다. 올들어서 터진 건영, 삼익 등 대형부도업체의 주거래은행이어서 가뜩이나 취약한 여신기반이 약화되고 부실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손행장 외에 일부 임원들의 이번 사건 관련설까지 나돌고 있어 흐트러진 행내 분위기를 수습하는데는 진통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손행장이 풀려나지 못할 경우 후임행장과 관련, 행내 이해관계와 관련이 없는 외부인사를 은행장으로 영입, 과감한 경영혁신 작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행장직 승계대상인 임원들이 은행감독원의 징계를 받은 적이 있어 외부영입의 가능성을 더욱 짙게 한다.
위기의 서울은행은 자회사정리와 부실업체의 조속한 제3자 인수를 통해 몸집을 가볍게 하는 작업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4개 자회사 매각에서도 제값을 받기 어려운데다 부실기업 인수 희망기업체들까지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당분간 경영개선의 해법을 찾기 힘들 전망이다. <권홍우>
◎행장 구속 서울은 표정/“공신력·영업 막대한 타격” 한숨/“서울은행장 자리 액운 낳는다” 속설 재확인
○…대출비리와 관련된 손홍균 행장에 대한 검찰의 전격소환 사실이 알려지자 서울은행 직원들은 당초에는 믿기지 않는 듯 반문하는 분위기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구속이 확실해지자 일손들을 놓고 삼삼오오 모여 허탈한 표정들.
특히 문민정부 들어 2명의 행장이 각각 대출비리와 실명제 위반으로 중도하차한데 이어 손행장마저 대출비리혐의로 구속당하자 초상집 같은 분위기.
서울은행 관계자는 『제일, 외환은행 등에서 은행장이 2대에 걸쳐 중도퇴임한 경우는 있었지만 3명이 연속해 떨어지기는 처음 아니냐』며 한탄.
또 다른 직원은 가뜩이나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터에 은행장의 대출비리까지 겹치면 수신고가 뚝 떨어지는 등 은행공신력과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하기도.
○…서울은행은 이날 손행장이 거래업체인 범양상선의 선박명명식에 참석중이라고 말했다가 소환설이 돌자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입장만 되풀이.
손행장은 21일 부인과 점심식사를 한 뒤 하오 4시반 진주행 여객기를 탈 예정이었으나 탑승하지 않고 부인만 거제도에 내려간 것으로 확인돼 21일 하오부터 검찰의 소환조사가 시작됐을 것이라는 추론이 대두.
손행장은 자신에 대한 검찰 조사를 인지하고 있었으나 전격적인 소환조사는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꼭 참석하겠다는 범양상선 명명식에도 22일 아침 측근을 통해 불참을 통보했다는 후문.
○…한편 손행장의 구속을 계기로 「서울은행장 자리는 액운을 낳는다」는 속설이 재확인되기도. 서울은행과 한국신탁은행이 합병된 후 9명의 행장중 정상적으로 임기를 채운 행장은 단 2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구속 또는 불명예중도퇴진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있는 것.
합병 후 가장 먼저 행장자리에 오른 한일은행 출신의 윤승두 행장이 전 소속은행 시절의 비리와 연루돼 6개월만에 도중하차한 것을 시발로 79년 홍윤섭 행장은 율산관련 비리로 구속되고 79년 5월 취임한 남상진 행장도 뚜렷한 비리는 없었으나 80년 7월 신군부에 의해 1년 2개월만에 퇴임당하는 비운을 겪었다.
중소기업은행 출신인 김룡운 행장은 서울은행 사상 최장수인 4년 6개월 임기를 채워 불명예퇴진 행진이 멈추는 듯했으나 뒤를 이은 구기환행장이 범양상선 부실대출 책임을 지고 중도퇴진.
외환은행 출신 이광수 행장이 3년 11개월을 연임하면서 서울은행은 4위에 랭크되는 등 잠시 중흥분위기를 탔으나 김준협, 김영석행장이 중도 퇴진한데 이어 이번 사건이 터지자 「서울은행장 액운론」이 나온 것.<권홍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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