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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압승에도 불구, 내년 대선을 의식해 ‘몸 낮추기’에 들어갔다. 지도부는 물론 대선주자들도 ‘역풍’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표는 1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우리에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며 “선진한국을 만들기 위해 결코 여기에서 안주하거나 긴장을 풀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며 “더 큰 책임감과 사명을 갖고 한나라당을 선택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오 원내대표도 “국민의 말을 경청하지 않을 경우 이번 선거의 여당처럼 철저하게 심판받는다는 것을 목격한 만큼 앞으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선거에서 스타로 재부상한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도 당사를 찾아 “서울시민에게 감사하고 책임감이 느껴진다. 어제는 책임감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고 한껏 몸을 낮췄다. 이는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권력을 분점하도록 하려는 유권자 심리에 대한 경계로 풀이된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나타난 결과와 이번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이 같은 양상을 띠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당시 집권당인 민주당에 압승을 거뒀지만 그해 12월 대선에서 패한 바 있다.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은 “한나라당이 조심스럽게 자기 혁신을 하지 않는다면 대선에서는 화살이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정책 대결을 위해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이면서 지방선거 승리를 내년 대선까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윤건영 수석정조위원장은 “선거 과정에서 수렴된 국민의 민심을 정책에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여당에 정책 협의를 제안하고 정부에는 야ㆍ정 회의를 제안하겠다”며 “후보들의 공약을 취합해 법안을 마련하고 후속 조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또 사실상 호남을 제외한 전국 석권에 만족하지 않고 진정한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다. 박재완 대외협력위원장은 “우리의 노력이 아직도 호남 사람들의 마음을 사기에 부족했다. 앞으로 이 지역에서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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