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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오상수 ㈜만도 사장
입력2003-09-07 00:00:00
수정
2003.09.07 00:00:00
현상경 기자
“해외 이전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국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이 해외에 나간다고 반드시 성장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국내 최대 자동차부품업체인 ㈜만도의 오상수(60) 사장은 최근의 제조업 해외 이전 움직임에 대해 “국내에서 먼저 경쟁력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험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해외이전보다는 먼저 국내에서 효율적인 물류운영,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어려운 경영여건을 이겨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오 사장은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정부는 해외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노사간 힘의 균형이 이뤄질 수 있는 큰 틀에서의 기준만 마련하고 나머지는 개별업체가 알아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정부 정책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제시돼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세계 일류 메이커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기업은 끊임없이 생산성과 품질 개선에 앞장서야 하는데 정부 정책은 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 국내 경영환경 악화로 많은 업체들이 인건비가 싼 중국을 비롯,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계획을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의 이런 움직임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실제로 중국 이전은 장점이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인건비기 국내 10%대에 불과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중국 이전을 생각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경영환경이 불리하다고 해서 전부 외국으로 나가다 보면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기 마련이고 이는 국가경제 전반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개별 기업 입장에서도 꼭 해외 이전만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제조업이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건비 상승 등의 요인이 있지만 기업운영이 반드시 인건비 만으로 결정 나는 건 아닙니다. 효율적인 물류운영,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한 우수 기술력 확보도 인건비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해외로 나간다고 해서 어려움이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국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업체가 해외에 나간다고 경쟁력이 생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 최근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인건비 증가로 생산비 상승이 크게 우려되고 있습니다. 만도의 경우 9월부터 주5일 근무제를 본격 시행할 예정인데 추가 비용상승분을 어떻게 충당할 계획입니까?
▲지금 만도의 경우는 비용상승 분 충당을 위해 `각 생산부문별 원가절감`을 통해 구체적인 플랜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우선 생산성을 높이는 게 가장 시급한 일입니다. 노동생산성은 물론이고 자본생산성도 같이 높여야 합니다. 둘째 물류비 등 각종 경비를 절감하고 설비투자 비용도 줄이는 방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전략을 통해 원가절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즉 각국에 있는 만도 현지법인 등을 이용, 가장 낮은 비용으로 원자재를 구매할 수 있는 현지 시장을 직접 이용할 방침입니다. 동시에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수한 기술력이 담보가 돼야 합니다. 그만큼 기업의 연구개발(R&D)이 더 중요해 질 것으로 봅니다.
- 최근 주5일 근무제 도입을 비롯, 각종 사안에서 사측과 노조간 충돌이 자주 빚어지고 있습니다. 만도의 경우 노사대립이 생겼을 때 어떤 식으로 풀고 있는지 또 노조와의 합의는 어떻게 이끌어 내고 있습니까?
▲노사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노조가 회사를 믿지 못하고, 회사가 노조의 움직임을 신뢰하지 못할 때 갈등이 증폭되기 마련입니다.
지난 2000년 ㈜만도로 새 출발하면서 우리 회사는 `사측이 먼저 신뢰를 회복하자`는 자세로 노사관계를 풀어나갔습니다. 즉 노조를 회사 운영의 파트너로 인식하자는 것입니다. 그 핵심 전략으로 만도는 `윤리경영, 신뢰경영`을 적극 실천했습니다. 그 성과로 만도는 최근 4년 동안 임단협 등에서 전면파업 등의 갈등 없이 노사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올해도 다른 어느 회사보다 단협을 일찍 끝냈습니다.
사실 노조의 존재는 기업 경영자의 입장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항상 노조가 직원들을 대신해 회사 경영을 감시, 견제해 주는 만큼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이 가능한 것입니다.
-윤리경영, 신뢰경영의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지요.
▲우선 매 달 노사협의회에 경영성과를 직접 알리며 회사 운영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했습니다. 현재 매출 성과가 어느 정도고 신규 오더가 어느 정도 들어와 있으며 순익은 얼마나 났는지 등의 정보를 빠짐없이 공유했지요. 이런 정보공유를 통해 노사가 회사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둘째로 미국식 회계기준에 맞춰 회계장부를 작성하고 재무담당 부사장(CF0)도 이에 익숙한 현지인을 영입했습니다. 당연히 분식회계 등은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또 3개월마다 한 번씩 이사회를 개최해 경영실적을 보고하고 향후 회사운영 방침을 논의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법인을 두고 있는 만도는 각 현지에서 모두 동일한 경영방침을 지정해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했습니다.
-참여정부 출범 후 6개월이 지나면서 경제정책에 대한 많은 지적과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경제 및 노동정책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또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정부의 경제, 노동정책은 일선 기업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노동정책 하나로 노사관계 전반이 변화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현 상황은 기업들이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노사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나머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 사실 세세한 기업내부의 문제까지 정부가 일일이 코치하고 지도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제 더 이상 기업들의 경쟁 상대가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경쟁 상대는 전부 우수 해외 기업들입니다. 적어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져야 우리 기업들이 해외업체들과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습니다. 공휴일수 증가든, 노사관계든 적어도 다른 국가에 비해 뒤처지는 상황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지난 7월 현대차 파업으로 국내 차 부품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 부품업체는 항상 완성차 업체의 눈치를 살펴볼 수 없는 입장이기도 합니다.국내 부품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사실 국내 부품업체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규모가 작고 영세한 수준이어서 기업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우선 부품업체들 스스로가 원가절감과 기술력 확보로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연구를 게을리 하는 업체들은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업체들 서로가 협력관계를 강화해 함께 성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도의 경우 오래전부터 협력업체들에게 전산관리 및 기술지도를 지원해 오고 있습니다. 또 해외 우수기술자를 초빙, 협력업체들을 방문하며 좋은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또 해외 진출시에도 일부 업체들을 함께 진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산업 전반에서 보자면 협력업체도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야 할 `파트너`입니다.
-우리 기업의 경영환경이 몹시 급변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요.
▲ 잘 나가는 회사라고 해서 잠시만 방심했다가는 바로 뒤처지는 게 현 상황입니다.
경쟁력 차원에서 종업원 한명 한명이 자기능력 개발에 앞장서는 일이 필요합니다. 직원들의 능력이 올해 10이면 내년에는 13, 14가 되어야 회사 전체가 발전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소모를 없애고 직원 개개인의 사명감 확충이 필수적입니다.물론 안정적인 고용환경을 마련해 직원들이 맘 놓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필요도 있습니다. 종업원이 곧 회사의 주인이자, 회사발전의 주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핵심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 시스템 개발과 작업, 업무환경 개선 등을 아끼지 않을 때 회사는 성장, 발전할 수 있습니다.
대담= 박민수 성장기업부장 minsoo@sed.co.kr
[발자취] 해외경험 풍부한 전문 CEO, 97년 부도위기 딛고 재기 이끌어
오상수 사장은 풍부한 해외근무 경험을 갖고 있다. 이 같은 경험이 국내 최고 부품회사를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오 사장은 말한다.
오 사장은 ROTC 장교로 강원도 화천에서 군 생활을 했다. 그는 이때부터 리더십을 키우며, CEO로서 자질을 키워나갔다. 평소에 영어에 관심이 많았던 오 사장은 당시 미군과의 합동훈련 같은 공동작전에 필요한 통역장교로 선발되며, 국제 감각도 익혔다. 그는 통역장교로 근무하면서 미군 장성 등을 상대로 부대 소개 등을 전담했으며, 부대 작전 시에도 주로 브리핑을 담당했다.
오 사장은 첫 사회생활을 군 제대 후 현대건설 중견간부 모집에 응시하여 현대건설 해외개발부에서 시작했다. 또 해외 업무통으로 지난 1978년부터 1985년까지 한라그룹 런던지점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는 런던에서 근무하면서 신규 산업 발굴을 위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 평균 한 달에 2회 이상 출장을 다녔다. 이런 덕분에 국제적인 감각과 장기적 안목 등 최고 경영자가 갖추어야 되는 자질들을 연마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다양한 경험을 기반으로 오 사장은 지난 97년 부도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며, 현재의 ㈜만도를 이끌어가고 있다. 최근 오 사장은 자금의 건전화 및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에 의한 경영활동 등 투명경영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선진적인 이사회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난 9월 2일에는 윤리경영 선포식을 갖고, 이제 윤리경영은 글로벌 기업으로 가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약력)
▲44년 대구 출생
▲65년 경북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74년 현대건설 근무
▲78년 한라그룹 런던지점 근무
▲85년 만도기계 이사
▲92년 만도기계 부사장
▲95년 만도기계 대표이사
[내가 본 오상수 사장] 정길남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일에 대한 안목ㆍ열정ㆍ갖춘 `성실맨` 조화ㆍ신뢰 중시… 인간미도 물씬
오상수 사장과는 경북대 국문과 동기 동창으로 만나 지금까지 오랜 벗으로 지내고 있다. 내가 오 사장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며, 항상 성실한 자세 등 많은 교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오 사장은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조직에 절대 의존함이 없이 전체적인 조화를 이끌어 내려는 경영자라고 생각한다. 이는 현실적인 안목을 갖고 사람사이의 신뢰를 중시 하면서 늘 여론에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의 결과라고 본다. 오상수 사장은 지금도 젊은 직원들과 함께 격의 없이 대화하고 그들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오 사장은 그만의 뚝심으로 어려운 역경을 모두 이겨내는 등 CEO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지난 1997년에의 어려움을 딛고 현재의 ㈜만도를 이끌어가고 있다.
오 사장은 경영자로서의 장기적인 안목 뿐만 아니라 소탈한 인간적인 면 등을 두루 갖추고 있는 친구다. 또한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결코 주저하거나 우회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도전정신, 지칠 줄 모르는 노력과 끈기, 그리고 일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성취동기가 있다. 이러한 것들이 오 사장이 전문 경영인으로 입지를 확고하게 다지는 동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오상수 사장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갖고 있다. 이러한 것이 한 기업을 이끌어 가는 CEO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도움이 된다. 나는 오 사장이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의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진정한 전문 경영인의 표본이라고 생각한다.
<정리= 현상경기자, 사진=신재호기자 hs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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