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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핫이슈] 세계증시 상승여부 IT경기 회복에 달려

최근 종합주가지수가 530선으로 크게 밀린 것은 이라크ㆍ북한 핵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SK그룹 및 가계신용 등 국내 악재가 겹쳐졌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주 후반 이라크 문제 해결 기대감과 정부의 신속한 대응과 함께 주가는 재차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이라크ㆍ북한 핵 문제가 긍극적으로는 해소되는 쪽으로 보고 SK그룹 문제 등 국내 신용 문제 역시 조기 수습된다면 주가는 이쯤에서 바닥을 친 것일까. 최근 주가 하락을 이라크ㆍ북한 핵 등 지정학적 문제나 심리적인 문제로만 국한해서 보는 것은 현 장세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시장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 경기의 방향성 문제가 아닌가 한다. 참고로 세계 증시는 2000년 기술주들의 버블이 붕괴된 이래 대체로 3번의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 왔다. 먼저 9.11사태 직후 반전과 작년 상반기 하락 전환 그리고 작년 10월 중순의 상승 전환이 그것이다. 흥미롭게도 이는 모두 미국 경기의 방향성 전환과 관련된 시장의 반응이었다. 9.11 이후 미국 경기가 일시적 회복 기미를 보이자 세계 증시가 동반 상승했다. 하지만 당시 경기회복의 성격이 기업들이 재고 수준을 올리려고 생산을 늘린 것이었을 뿐 기업들의 투자 증가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경기는 다시 하강하기 시작했다. 결국 세계 증시도 이를 반영하듯 2002년 상반기 하락 반전했다. 이후 작년 10월 중순 들어 세계 증시는 다시 상승 전환을 모색했다. 특히 작년 연말과 연초 이후 미국 경기는 다소간 방향전환을 암시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산업생산 지수는 완만하게 나마 증가세로 돌아서는 듯한 모습이다. 시장도 경기관련 지표에 상당히 민감하게 움직인 점도 이를 잘 반증한다. 미국 경기의 방향 전환 가능성을 사전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 참고로 과거 3년을 바라 볼 때 세계 증시가 이렇게 하나의 변수를 바라보며 동조화 된 흐름을 보인 적도 없었던 듯 하다. 이는 세계 IT경기가 PC를 정점으로 하는 하나의 `부품 공급사슬`에 견고하게 얽혀 있고 이 PC경기의 정점에 미국의 `윈텔`(MS 윈도우+인텔)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현시점에서 미국을 세계 경제의 유일한 성장엔진으로 평가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게다가 90년대 말 세계 기술주 버블 형성과정에서 하나의 `묶음`으로 상승한 세계 주요 기술주들이 하락 국면에서도 등락을 같이 하고 있는 주가 측면의 속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시장은 아직 PC경기 장기호황의 `버블-버스트(붕괴)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한 한국 시장의 주요 IT 종목군들도 이 흐름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결국 문제는 세계 증시가 반등을 시도한 지난해 10월 중순 저점을 믿을 수 있느냐의 여부다. 특히 세계 IT경기는 완만하게나마 회복하고 있는 지 여부가 그 핵심이다. 종합주가지수는 이미 작년 10월 중순 저점을 깨고 내려왔고 독일 등 유럽의 주요 증시도 작년 10월 중순 저점을 밑돌고 있기 때문에 주가 수준 판단이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세계의 주요 IT 기업들은 작년 10월 저점 수준을 아직 지키고 있다. 미국의 나스닥, 독일의 지멘스, 인피니온, 타이완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 모두 작년 10월 중순 저점을 지키고 있다. 세계 주요 IT 기업들의 주가는 세계 IT경기 회복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며 이를 반영한 작년 10월 중순 저점의 미련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장 관심은 여전히 IT경기 회복 여부에 맞춰져야 한다. IT경기 회복 여부는 기업의 IT투자 재개 여부에 달려 있다. 최근 IT투자 부진의 이유가 이라크 사태 등 지정학적 요인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PC이후의 성장 엔진이 없다는 구조적인 요인 때문이다. 향후 3~4개월간 관련 지표의 흐름을 보면 IT경기의 회복 가능성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으리라 본다. 만약 미국 경기 방향성이 다시 하향한다면 세계 주요 IT기업들의 작년 10월 중순 저점은 유효하지 않을 것이며 시장은 다시 하락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상당부분 열어놓고 있어야 한다. 이라크 사태의 조기 해결과 유가 하락 등이 시장의 단기 기술적 반등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국내 불안 요인이 시장에 미치는 역학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IT회복이 담보되지 않는 상승은 그 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국내외 소비 버블과 신용 불안 역시 실물 경기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경기가 회복되면 소득도 늘어 부채 부담도 경감된다. 예컨대 SK글로벌의 은행권 부실 부담 규모가 2조원에 이른다고 하지만 200조원이 넘는 은행권 가계 대출의 연체율이 불과 1% 포인트만 높아져도 그 정도 부실은 또 생기게 되어 있다. SK사태의 주가 반영이 마무리됐다고 은행주의 상승을 섣불리 예견할 수는 없다.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추세로 접어들어야 모든 문제가 선순환된다. 현재로선 이를 확인하기에는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다. 주식 매수는 그 때 가서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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