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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서…" 단기상품으로만 몰리는 돈

G2 악재에 北 쇼크까지… 투자 심리 극도 관망세

MMF 순자산 총액 123조 넘어 2009년 5월 이후 최대치 기록

CMA 잔액도 20일새 2조이상 ↑

"저가 매수 타이밍은 맞지만 증시 개선 확신 들어야 투자"

PB 담당자도 적극 권유 못해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 사는 이모(66)씨는 최근 만기가 된 적금을 포함한 여유자금 1억원의 새로운 투자처를 찾다가 마땅한 대상이 없어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넣어뒀다.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증권사의 주식형 랩 상품에 투자하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불안한 시장 상황에 섣불리 결정할 수 없었다. 이씨는 "저가 매수 기회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결정을 할 수 없었다"며 "프라이빗뱅크(PB) 담당자도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자고 해 자금을 CMA에 넣었다"고 말했다.

시중 투자 자금이 또다시 단기 금융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불안정성이 커지는 환경 속에서 섣불리 투자하기보다는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관망심리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머니마켓펀드(MMF) 순자산 총액은 123조7,442억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듬해인 2009년 5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MMF는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대표적인 단기 금융상품으로 하루만 맡겨두더라도 연 2% 정도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주로 유입된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팀장은 "법인 투자자들은 수시로 MMF에 자금을 넣었다 빼곤 한다"며 "하지만 최근 개인 MMF도 함께 커지는 것을 보면 단기 부동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MF뿐만 아니다. 대부분 단기 금융투자상품에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모습이다. CMA 잔액은 지난달 말 48조2,800억원이었지만 최근(20일)에는 50조9,911억원으로 20일 사이 2조7,000억원 늘었으며 전자단기사채 잔액도 같은 기간 10조142억원에서 16조4,769억원으로 급증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은행금리가 낮은데 주식시장도 부진하다 보니 시중 자금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두 차례 걸쳐 금리인하가 단행되고 3월 이후 증시가 활기를 되찾으면서 단기자금들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달 들어 중국 증시 급락과 위안화 절하, 미국의 금리인상 가시화 등으로 인해 국내·외 증시가 큰 충격을 받으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단기 상품으로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결국 증시가 좋아야 시장을 중심으로 자금이 돌아다닐 텐데 지금은 개인이 주식에서 자금을 빼내고 있다"며 "저가 매수 타이밍이라고 해도 증시가 개선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개인들로서는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779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중국 증시 급락 여파가 밀어닥친 이번주에는 7,576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반면 재투자는 크게 줄어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21조4,212억원으로 지난달보다 7,000억원 이상 늘었다.

증권사 자산관리(WM) 담당자들도 시장 변동성이 심화로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투자 상품을 적극적으로 추천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고객들을 대상으로 안전자산인 채권형 상품이나 원금이 보장되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을 권유하기도 하고 메자닌 펀드나 배당주 펀드, 증권사 자산배분 랩 등을 소개하지만 올 초와 같이 적극적인 투자 의향을 보이는 투자자들은 드물다.

한 증권사 WM 관계자는 "최근 중국 증시가 급락하고 이머징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어 해외에도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다"며 "안전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기도 하지만 우선은 시장 상황을 관망하면서 시간을 두고 결정하겠다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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