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들의 순매도 공세가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연기금이 이미 상당한 차익을 실현한 후 주식 매도를 자제하는 움직임을 보이는데다 개인투자자의 펀드환매도 최근에는 상당히 누그러져 투신권의 순매도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관의 순매도 강도가 누그러질 가능성은 보이지만 이를 당장 순매수 전환으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게 지배적 의견이다. 주식형 펀드에서 대규모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펀드에서 계속 자금이 유출되는 탓에 투신권의 매수 여력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연기금 주식 매입으로 전환 움직임=기관은 지난 4월부터 2일 현재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총 11조922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관의 순매도 공세가 누그러지는 모습이다. 특히 올 들어 기관매도를 주도했던 연기금의 경우 소극적이지만 매수에 가세하고 있다. 비록 이날은 1,278억원 규모를 팔았지만 전일까지 3거래일 연속 순매수 기조를 지켰다. 연기금이 3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선 것은 3월 초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이 차익실현을 위해 최근까지 순매도 공세를 펼쳤지만 이제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연기금은 지난해 9월 리먼사태 이후 올 2월까지 저가매입 전략을 유지하며 4조5,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가 올 3월 이후 4조원가량을 처분했다. 월별 매도 규모는 ▦3월 5,000억원 ▦4월 2조원 ▦5월 1조5,000억원 등이다. 따라서 올 2월까지 매입한 것으로 모두 정리한다고 해도 남아 있는 대기물량은 5,000억원 내외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의 차익실현은 대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간헐적으로 순매수가 엿보일 정도로 기존의 순매도 공세에서 한발 벗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투신권의 순매도도 완화=투신권의 순매도도 누그러지는 모습이다. 프로그램 차익매도분을 감안한 실질 순매도 규모는 최근 들어 상당히 줄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만 해도 투신권은 1,284억원의 실질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그 후에는 5거래일 동안 3거래일에 걸쳐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다. 프로그램 차익매도를 뺄 경우 기관은 줄곧 순매수를 유지한 셈이다. 투신의 순매도 강도가 약해진 것은 그동안 투신권의 순매도를 자극했던 사모펀드의 환매요청이 일단락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개인투자자들의 환매 요구도 최근에는 크게 줄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투신이 순매수로 전환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펀드의 주식편입비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다 주식 매수여력도 적기 때문이다. 김순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5월14일 기준 펀드 내 주식편입비중은 97.13%로 사상 최고 수준인데다 현금여력도 6,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신규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이상 당분간 투신의 순매수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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