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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 걸림돌 '에버랜드 논란' 종지부

■ 이건희 前 회장 집유<br>이재용 전무 '해외근무' 발길 가벼워져<br>1~2년후 승계작업 본격화 가능성<br>지주사 재편과정·그룹운영에도 '숨통'


16일 판결을 앞두고 삼성의 가장 큰 관심은 이건희 전 회장의 법정구속 여부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문제였다. 이 전 회장의 구속 여부가 개인신변과 관련된 ‘현재진행형’의 사항이라면 에버랜드 문제는 삼성의 ‘미래’, 즉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와 직결된 ‘폐부’와 같은 논제다. 에버랜드 판결에 따라서는 삼성이 공중분해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었다. 재판부는 이날 수년 동안의 ‘에버랜드 논란’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특별검사의 공소 취지는 이사회 결의 및 주주통지 절차 등에 흠이 있어 주주 배정이 무효라는 것. 하지만 법원은 절차적 흠결이 일부 있지만 실질적으로 인수권을 부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특히 기존 주주들이 인수권을 부여 받고도 실권한 이상 에버랜드 지배구조 변경 또는 기존주주의 주식가치 하락이라는 결과는 스스로 용인한 것이어서 주주가 입은 손해를 에버랜드에 대한 배임죄로 묻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의 공식 판결이다. 이는 특검팀의 주장인 ‘에버랜드 CB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헐값으로 발행되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이 전무가 경영권을 불법으로 승계하도록 했다’는 논리를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이번 판결을 통해 삼성은 결과적으로 경영권 승계라는 해묵은 골치덩어리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게 됐다. 동시에 앞으로 진행시킬 지주회사로의 재편 과정에 상당한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고 그룹 운영에도 숨통이 틔었다. 현재 삼성은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생명이 전자를, 전자가 카드를, 카드가 에버랜드를 지배하는 순환출자구도로 그룹이 형성돼 있다. 이 전무는 에버랜드 CB를 주식으로 전환, 2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통해 그룹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구조다. 이번 판결로 이 전무의 어깨도 한결 가벼워졌다. 이 전무는 재판이 끝남에 따라 순환근무의 첫 장소인 중국으로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해외 순환근무 동안 해외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주요 거래처 경영진과도 친분을 쌓는 기회를 얻게 됐다. 재계에서는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과 김인주 전 전략기획실 차장 등이 그룹 인선에서 퇴진하면서 앞으로 2~3년, 짧게는 1~2년 동안 이 전무가 해외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후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전 실장도 “이 전무의 승계 문제는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도 “이 전 회장은 이 전무가 주주와 임직원ㆍ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경영을 승계할 경우 불행한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뒤집어 해석하면 이 전무의 경영능력이 인정되면 경영권을 승계하겠다는 표현으로 이 전무가 신흥시장에서 획기적인 시장 확대에 성공한다면 삼성 경영의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판결은 결국 해묵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음과 동시에 이 전무 시대를 준비하는 ‘뉴 삼성’의 새로운 길을 터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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