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부동산 매물홍수와 대응책(사설)

요즘 부동산시장에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진로·대농 등에 이어 기아그룹까지 소유 부동산을 내놓아 현재 시장에 대기중인 매물이 10조원대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부도유예협약대상 기업들의 자구노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부동산 처분이다. 여기에 다른 기업들도 구조조정을 위해 부동산 매각에 나서고 있어 매물 홍수를 이루고 있다. 과거에는 은행 빚을 얻어 땅에 투자하고 값이 오르면 차익을 챙겼다. 그러나 부도 도미노 위기속에서 은행이 여신을 강화하자 기업들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것이다. 진작 그랬어야 했다. 시급히 정리해야 할 부동산이라면 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에 나온 부동산들은 덩치가 커 매매가 쉽지 않다. 따라서 가격하락이 당연하다. 다른 부동산의 동반하락도 예상된다.턱없이 비싼 부동산 가격의 하향안정 기회일 수 있다. 반면 부동산 값이 떨어지면 곤란을 받는 쪽이 있다. 바로 은행이다. 담보를 잡고 여신을 제공한 탓이다. 선진국에서는 주식이나 채권담보가 보편적인데 우리는 부동산이 대종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도의 확산으로 부실채권이 늘어나 경영이 악화돼 있는 판국이다. 부동산 값이 폭락하여 담보 가치가 크게 줄어들면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로까지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대기중인 매물 10조원대 지난 94년말 기준 은행권의 부동산 담보대출은 41.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땅값이 10% 내릴 경우 은행의 부동산 담보가액은 3조1천억원정도 하락한다.그만큼 자산손실을 보게 된다. 과거 개발 연대에 부동산의 이용도가 높아지면서 해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 개발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투기가 뒤따랐다.정부는 표준지가를 공시하고 세금을 무겁게 매겨 투기억제에 나섰다. 지금까지 부동산 가격은 오르기만 하고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제 개발의 속도가 둔화하고 경기하락으로 기업의 설비투자도 감소됐다. 부동산이 매물로 나오게 돼 있다. 지난 87년 일본을 휩쓴 「토지광란」 당시 일본정부는 일본열도의 땅값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적이 있었다. 총 1천70조엔(한화 약 8천25조원)에 이르는 일본의 땅값은 미국을 몽땅 사고도 3백90조엔(한화 약 2천9백25조원)이 남는다고 했다. 그 땅값이 지난해 연말 현재 전국 평균 25.6%나 떨어졌다. 동경은 무려 44.7%나 폭락한 것이다. 부동산값 하락으로 일본시중은행의 부실채권은 34조엔에 달하며 회수불능 악성채권만도 10조엔이나 된다. 이 와중에 주택금융전문회사 주전이 도산하기도 했다. ○SOC확대 땅값안정 기회로 부동산 매각이 단기적으로 집중되면 우리도 이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도록 정책적인 조절이 필요하다. 불황국면에 부동산 매물이 급증하면 소화할 곳이 없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부동산의 수요를 확충하거나 매각의 집중을 단계적으로 분산시키는 방법이 필요하다. ○부동산투기신화 깨져야 정부는 지금까지 모든 산업과 금융시장에 깊이 개입해 왔다. 그런데 별안간 시장기능에 맡긴다고 팔장을 끼고 구경만 하고 있다. 부동산 공황을 방치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개방과 자유화 시대에 정부가 일일이 간섭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정부가 대책없이 방관할 일이 아니다. 우선 두가지 방안으로 접근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조세정책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간접자본(SOC)확충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고 부동산시장의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사실 부동산가격은 우리의 고비용구조에 한 몫을 단단히 해왔다. 부동산가격이 내려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의 공장 분양가는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20배이상 높다. 일본·중국·동남아에 비해서도 2∼3배 이상 비싸다.부동산 값 하락은 고비용구조 해소와 국가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활용할만 하다. 다만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형편에 부동산 공황까지 겹쳐 한층 더 침체속으로 몰고 가는 것은 좋지 않다. 공황을 초래할 정도의 가격하락은 적절한 가격구조가 아니다.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하겠다는 SOC의 청사진이 나오고 있는 터에 부동산의 적절한 가격형성 기능을 수행할 시장구조의 조성이 절실하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부동산의 가치를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수요공급을 건전하게 반영하는 시장기능이 불완전하다. 등록세와 재산세 등의 부동산관련 세금을 지방자치단체에서 맡아 조세행정이 일관성이 없는 것도 문제다. 부동산을 입지조건에 따라 적절히 평가하고 개발수요에 따라 탄력성있게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시장구조의 조성이 필요하다. 정책당국은 수요가 일시에 몰릴 때에 세금으로 투기를 억제했다. 현재처럼 공급이 넘칠 때는 조세감면과 SOC의 확충 등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