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당첨금을 매월 500만원씩 20년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연금복권520'. 온라인 복권인 로또에 비해 당첨 확률이 2.6배나 높고 당첨금을 장기분할 지급해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연금복권520은 매주 630만장이 판매돼 연간 인쇄되는 물량만도 3억2,760만장에 달한다.
30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복권 수탁사업자인 나눔로또가 연금복권520 전체 발행물량의 20%를 인쇄하자마자 휴지통에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1년 7월 출시된 후 지난 4년 동안 이렇게 낭비한 국가 예산만도 40억원에 이른다.
이유는 복권위원회의 잘못된 분류 방식에 있었다. 나눔로또는 연금복권520 전체 판매물량의 20%를 인터넷으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복권법 시행령상 '추첨식 인쇄복권'으로 분류돼 있어 이 물량만큼 의무적으로 인쇄하고 있다. 이 같은 맹점 때문에 매주 126만장, 연간 6,552만장에 달하는 엄청난 물량이 고스란히 휴지통으로 버려진 것이다.
3년 연속 세수펑크가 날 만큼 나라 곳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잘못된 제도로 40억원의 예산이 줄줄 샜다는 얘기다. 기재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뒤늦게 인식하고 오는 4월부터 연금복권520 발행물량 가운데 인터넷 판매분의 인쇄를 중단할 예정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판매물량의 경우 전자적 확인이 가능한 만큼 앞으로 인쇄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연금복권520을 추첨식 인쇄·전자결합복권으로 재분류하는 내용으로 '2015년 복권발행계획'을 변경해 인쇄 비율을 수정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이를 통해 전체 연금복권520의 인쇄비가 65억원에서 52억원으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별도의 법 개정 절차가 필요없는 만큼 바로 4월부터 적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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