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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부총리 "비올때 우산뺏나" 은행권 맹비난
입력2004-09-24 14:45:50
수정
2004.09.24 14:45:50
ADB 성장률 하향조정에 "너무 비관적" 비판
이헌재 부총리가 24일 중소기업 대출에 소극적인 은행권에 "비올 때 우산을 뺏는다"며 맹비난했다.
"은행이 기업을 등쳐먹고 있는 꼴"이라는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의 지난 22일 발언에 뒤이어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과 엇박자를 내고 있는 은행권에 대한 강력한 불만의 표시이자 경고메시지인 셈이다.
그러나 자산건전성을 희생하면서까지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은행권이 이같은 경고를 과연 겉이 아닌 속으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 부총리는 전날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4.8%에서 4.4%로 돌연 깎아내린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전망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 "비올 때 우산 뺏나" 은행 비난
중소기업 여신을 앞다퉈 회수하고 있는 은행권이 "비올 때 우산을 뺏아가 버리고 날이 짱짱할 때는 우산을 가져가라는 식"이라는 게 이 부총리의 지적이다.
금융기관이 스스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위험관리에 주력하지는 않은 채 일시적경기상황에 따라 경쟁적으로 대출을 늘리거나, 혹은 일거에 회수하는 비정상적 대출행태가 빚어지고 있다는 것.
정부가 출연하는 신용보증기금에 의존해 돈을 빌려주는 은행권의 현행 대출방식도 "굉장히 심한 모럴해저드"라는게 이 부총리의 인식이다.
그는 "은행들이 스스로 판단해 정상적으로 대출해주기는 보다는 정부가 당장 급한 나머지 신용보증기금에 지원을 하면 이를 근거로 대출해주고 있다"며 "이런 금융시장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그러면서 세간의 신(新)관치 논란을 의식한 듯, 중소기업 문제는은행들 스스로 생존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은 갈수록 자금을 은행에서 조달하지 않고 있고 가계는 이미 대출이 포화상태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은행들이 먹고 살 분야는 중소기업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부총리는 이어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영화.공연 등 문화사업 준비금 제도를거론하며 "비올 때는 우산을 쓰도록 놔두는게 좋다"고 강조했다.
침체된 문화산업을 살리기 위해 흥행소득 일부를 과세소득에서 제외해 재투자여력을 늘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금난을 겪고있는 중소기업들에게 재기의 길을 터주도록 은행들이 여신회수를 자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주문인 셈이다.
그는 "중소기업이 겪고있는 어려움은 일시적이고 경기순환적인 것"이라며 " 중소기업들의 어려운 사정을 금융기관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왜 한국만 낮추냐" ADB 비판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최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4.8%에서 4.4%로 햐항조정한데 대해 이 부총리는 "한국만 너무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한국과 수출구조와 흡사한 대만과 싱가포르는 그대로 놔두면서 왜 유독 한국만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전망했느냐는 것이다.
이 부총리는 "왜 한국 경제에 대해서만 올해 하반기와 내년 수출이 둔화되고 설비투자마저도 `드윈들링'(Dwindling)이라는 강한 표현을 써가며 기운을 잃어갈 것으로 전망했는지 모르겠다"며 "나름대로 분석을 했겠지만 그렇게 까지 비관적으로 볼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경제성장을 포기하면서까지 사회안전망 확보 등에 집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성장에 역점을 두고 있음을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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