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8년차인 김모(38)씨는 최근 대청소를 하다 3년 전 가계부를 발견했다. 매달 교통비며 식료품비, 남편 용돈, 아이들 학원비 지출을 꼼꼼히 기록하는 김씨는 3년 전 가격이 얼마였는지 궁금해졌다. 지난달 가계부와 3년 전 가계부를 비교하던 김씨는 ‘오른다, 오른다’고 말이 많았던 품목보다 되레 생각지도 못한 물품들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폭등하는 사교육비는 입시학원이나 대학 등록금의 문제로 알았지만 따져보니 우리 아이 유치원 납입금 증가폭이 더 컸고 전철ㆍ버스비가 오른 것보다 주말용으로 쓰는 자가용 보험료 인상정도가 훨씬 더 높았다. 최근 한국은행은 내년부터 3년간 사용할 물가관리기준으로 ‘근원인플레이션율’(농수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대신 소비자물가를 채택했다. 이 지표는 기존에 비해 등락폭이 더 크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수준에 근접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물가 시대라고 하지만 서민이 체감하는 생활물가 오름세가 커지고 있는 흐름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기상 재정경제부 생활경제과장은 “농수산물ㆍ석유류ㆍ전월세ㆍ공공요금ㆍ서비스 요금 등의 물가 분야 가운데 전월세나 농수산물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줄었다”며 “최근에는 공공 및 서비스 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여파가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자료로 토대로 지난 2004년 이후 가계지출비중이 큰 ▦외식비 ▦사교육비 ▦교통비 등에 대한 세부 인상률을 살펴본다. ◇학교 급식비 ‘껑충’=가계지출 중 비중이 큰 식료품 비용 중에는 아이들의 학교급식비가 ‘복병’으로 자리잡았다. 통계청의 품목별 물가지수(2000년=100)에 따르면 2004년 가격과 올해 7월 가격을 비교할 때 급식비는 외식비 품목 중 증가율 1순위인 삼겹살(15%)에 이어 2위(14%)를 차지했다. 서울시내 주요 고교의 평균 급식비로 따지면 한달 10만~11만원 하던 것이 지금은 12만원을 넘어선 셈이다. ‘식중독 파동’을 겪을 만큼 일부업체의 부실한 위생관리가 문제가 됐지만 매년 초 등록금 인상과 발맞춰 급식비도 껑충껑충 뛴 탓이다. 삼겹살은 구제역ㆍ조류독감 등의 파동으로 쇠고기ㆍ닭고기를 사먹지 못하면서 돼지고기 수요가 늘어나며 가격이 많이 올랐다. 지금은 100g당 1,700원을 오르내리는 돼지고기는 2004년에는 1,300원에 불과했었다. 또 배달음식으로 인기가 높은 튀김닭도 13% 정도 상승했다. ◇사립대보다 유치원 납입금이 더 올라=사교육 열풍의 진원지인 입시학원 비용이나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등록금보다 유치원 납입금 오름폭이 더 컸던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04년 기준으로 사립대 등록금이 19.3%, 입시학원비가 17.8% 오르는 동안 유치원 등록금은 무려 27.2% 가까이 올랐다. 당시 간식비 등을 포함해 한달 평균 16만원선에 그쳤던 유치원 등록금이 지금은 20만원을 넘어서는 곳이 많아졌다. 물론 금액규모로 따지면 사립대 등록금 인상에 따른 가계 부담도 크다. 2004년 한 학기 300만원 가량을 등록금으로 냈다면 지금은 360만여원을 내야 한다. 의대 등 교육비가 더 비싼 대학이거나 각종 교재비 비용이 많은 곳은 연간 1,000만원대 등록금을 내는 곳도 많아졌다. ◇자동차 보험료 24% 상승=자가용을 보유한 이들에게는 큰 비용인 자동차 보험료의 상승폭도 만만치 않다. 종합보험료를 기준으로 2년 반 동안 24% 가량 상승했다. 굳이 출퇴근용으로 쓰지 않더라도 주말용으로나마 차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는 숨어 있는 ‘교통비’ 상승요인이 됐다. 대중교통인 버스와 전철 가운데는 전철요금이 더 많이 올랐다. 지역별 요금차이는 있지만 전국 평균으로 따질 경우 전철은 30.7% 오른 반면 시내버스(일반)는 19.3% 올랐다. 지금은 기본구간당 900원 하던 서울시내 전철요금이 2년 반 전에는 700원에 그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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