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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 이후 새 주인을 찾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인수합병(M&A)시장 환경이 여의치 않아 매각작업이 지지부진한데다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어 '상장 후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KAI의 기업공개 절차와 보호예수기간 해제 등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을 고려하면 KAI의 실제 매각은 오는 2012년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6월 이전에 한국거래소에 상장한 후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 사장은 "상장 직후에 경영권을 포함해 새로운 주인을 찾는 작업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삼성테크윈ㆍ현대자동차ㆍ두산인프라코어 등 주요 주주들도 이 같은 방향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 사장은 "상장 후 매각을 하더라도 방위산업의 특성상 정부와의 연결고리는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해 공사가 가진 KAI 지분 중 일부는 보유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상장 후 매각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M&A시장 환경 악화가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최근 KAI가 추진했던 싱가포르 초음속 고등훈련기(T50) 입찰이 실패하면서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높여 매각속도를 낼 수 있는 방법도 없어졌다.
유 사장은 "M&A시장에 매물이 많아 매각이 원활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상장을 통해 시장으로부터 기업가치를 새롭게 평가 받은 후 매각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장 후 매각을 하면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해지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KAI의 다른 주주들도 이 같은 결정을 반기고 있다. KAI는 상장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주주들 역시 보유지분 중 일부를 시장에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보유지분이 줄어들면 향후 매각작업도 수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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