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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4'의 둘째 날인 22일 '도전' 세션의 기조 강연자로 나선 손성원(사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는 "경제성장을 좌우하는 생산성의 척도가 과거에는 얼마나 많이 만들어 얼마나 많이 파느냐였다면 이제는 단 하나의 제품을 팔더라도 고객을 100%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경제학자로 1973년부터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이후 30년간 미국 최대 은행인 웰스파고은행에서 정확한 경제전망으로 명성을 쌓아 수석부행장을 지냈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선정하는 '올해의 경제전문가'에 오르는 등 세계 경제를 바라보는 탁월한 혜안과 분석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손 교수는 강연의 절반 이상을 세계 경제 둔화의 원인을 분석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빠지게 된 이유로 생산성 둔화를 꼽았다. 손 교수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300년대에서 1800년대 사이 두 배 올랐고 1800년부터 1900년 사이 두 배, 20세기에는 25년이 걸렸다. 하지만 21세기는 35년으로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870년에서 1920년까지 일명 골든 에이지라 부르는 시대에는 화장실과 수도 공급 시스템, 자동차와 전기 등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대한 발명이 잇따랐다"고 소개하며 "1960년대 이후 지금까지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 등 첨단 장비가 개발됐지만 생산성 증가율은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수지에 비유해보면 저수지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크지만 물은 별로 없는 것과 같은데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용기가 있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것은 그만큼 거대하지 않다는 것이 한계"라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삶의 질은 올라갔지만 생산성은 둔화됐고 경제성장률도 둔화됐다"며 "예전만큼 삶의 질이 급격하게 나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경제 신흥국들의 미래는 낙관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세계의 시장이었던 중국과 유럽 경제가 흔들린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는 "인도와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와 같은 신흥국들에 대해 한때 많은 기대와 이야기가 오갔지만 지금은 이들 국가의 발전이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다"며 "아시아 국가들이 잘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가율이 빠르게 둔화되는 이유는 유럽과 미국, 중국 등 거대 시장의 경제성장 둔화 탓"이라고 분석했다. 한가지 예로 단일시장으로는 최대 규모인 유럽은 심각한 경제침체로 구매가 줄었고 주로 유럽으로 수출되던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와인은 유럽 경제위기로 큰 타격을 입은 것을 들었다. 미국 역시 소비를 줄이고 부채를 줄이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는 중국의 경제성장 거품이 걷히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우려다.
손 교수는 "2011년까지 11%씩 성장하던 중국 경제가 최근 3년간 7.6%로 한자릿수로 떨어졌고 경제성장률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며 "평균적으로는 완만하게 떨어지고 있지만 분기별로 보면 경제성장이 바닥을 치고 정부의 경기부양으로 다시 올라오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지위는 이미 미국에 도로 넘겨줬다. 제조비가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미국이나 일본, 한국의 기업들이 중국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그는 "중국에서 적합했던 단순 반복 노동은 기계화로 대체되고 있다"며 "지멘스나 도요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손 교수는 "이처럼 세계 경제의 파이가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결국 다른 이의 파이를 어떻게 빼앗아 올 것인가가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보다 더 큰 파이를 차지하는 키워드를 '기술혁신'으로 꼽았다.
기술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생산성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손 교수는 강조했다.
이어 "뭘 생산하며 몇 대를 파는 것은 이제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한 개의 상품으로 고객이 만족한다면 이것이 진정한 생산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인 의류 기업인 리바이스를 예로 들었다. 손 교수는 "리바이스의 6,500여 종류의 리바이스 진이 있다는 광고를 인상적으로 봤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몇 개의 모델 중에 고르라는 식이 아니라 소비자가 모양과 색상, 사이즈를 직접 조합할 수 있게 했다"며 "P&G는 수천·수백만명의 소비자 의견을 수렴하지 않으면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모든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기술이 전제였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마지막으로 '윔블던 효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윔블던 효과란 세계적인 테니스 대회인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 주최국인 영국선수들보다 외국선수들이 더 많이 우승하는 사례가 많은 것처럼 외국 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외국 선수들이 우승을 많이 하지만 전세계인들이 윔블던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영국을 찾고 영국은 수익을 얻는다"며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는 해외기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발전을 이뤘지만 한국은 이런 개방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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