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물가 상승세가 다른 품목까지 확대되면 스태그플레이션 가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원유나 환율이 물가방향성을 결정 짓는 데 큰 역할 하는데 아직까지는 큰 변수가 아닙니다. 디플레이션이 맞다니까요."
지난 20일 월요일 경제동향회의에 모인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들이 벌인 난상토론 내용이다. 10명의 연구원은 이 자리에서 2시간 동안 격론을 이어갔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만큼 현재의 경기흐름이 불안정한 것이다.
그동안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는 데 경제계가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에서 물가불안이 이어지자 단순히 경기침체뿐 아니라 물가상승까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보인다는 목소리가 학계 등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유병규 현대연 경제연구본부장은 "결국 토론 마무리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조건을 다시 한 번 파악해보고 다음 번에 최종평가를 내리기로 했다"며 "이는 내년도 경기를 어떻게 보느냐와 직접 연관된 문제라 경기전망의 최대 이슈"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의 흐름을 놓고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하반기에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물가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하반기 경제전망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판단을 유보한 상태다.
디플레이션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한국 경제성장률이 2%대이고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에 그친 지표를 강조한다. 정진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기둔화가 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인플레이션이 되려면 물가가 전반적으로 올라야 한다"며 "국제 곡물가격이 불안한 것은 맞지만 경기둔화로 원자재가격이 오르지 않는 점과 주택가격이 여전히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에 무게를 둔 학자들은 아직 물가확산이 물가지수에 반영되지는 않고 있지만 이미 체감물가가 위험수위에 이르렀고 국제 곡물가격이 반영되는 4~7개월 뒤에는 본격화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한다.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품목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게 있는 반면 하락하는 것도 있어 방향성만 놓고 볼 때 스태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중간 정도 수준으로 파악된다"며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금리인하와 부족한 분야에 대한 맞춤형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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